제17대 국회의원 선거가 정확히 28일 남았다.

하지만 서서히 불고 있는 향락·금권 선거.

우여곡절끝에 개정된 선거법이 선거 사상 유례없이 강화된 법이라며 '이번 만큼은 금권·관권 선거가 거의 없을 것'이라고 장담하는 이도 더러 생겨났다.

하지만 제주도선거관리위원회가 17대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지금까지 적발된 불법선거운동은 모두 40건.

이 가운데 8건이 금품과 음식물을 제공한 사례다.

문제는 돈이다.

선거관리위원회가 선거법 개정을 통해 금품이나 음식물 등을 제공받은 이가 신고할 경우 최고 5000만원을 제공하겠다는 것 역시 '돈'으로 불법선거를 막겠다는 것과 다름아니다.

여기에 교육인적자원부가 오는 5월 중순께 치러지는 제12대 제주도 교육감 선거를 앞둬 불법 선거 및 선거 범죄 신고자에게 최고 5000만원의 포상금을 지급하는 방안까지 덩달아 추진 중이다.

▲ 결국은 돈이다.

유권자 스스로의 자각 보다 '돈'으로 탈법과 불법을 막으려는 선거행정의 한계를 보여주는 것 같아 안타깝다.

해마다 선거철이 되면 유권자의 의식을 강조하지만 정작 유권자의 의식은 크게 달라진 것이 없다.

은근히 '손을 내미는' 유권자들도 여전하다.

북제주군 지역을 뛰고 있는 한 젊은 후보는 아직도 "인사나 하고 가라"면서 밥값을 기대하는 유권자들이 많다고 하소연한다.

하지만 여전히 관행에 묶인 '추한 유권자'들은 예전 보다 강도(强度)만 약해졌을 뿐 은근슬쩍 금품과 댓가를 요구하고 있는게 엄연한 현실이다.

선거때마다 유권자의 의식을 강조하고 있지만 정작 유권자의 자각을 위해서는 돈을 쓰지 않을 수 없는게 현실이라는 사실이 안타깝다.

▲ 달라지지 않는 유권자

금권 타락선거의 주범으로 유권자의 책임이 크다는 지적이 나온지는 오래다.

"금권선거를 하도록 만드는 것도 유권자고,  타락선거로 이끄는 것도 사실 유권자이지 않습니까"

'솔직히 가진 게 없다'는 한 젊은 예비후보의 볼멘 소리는 여전히 선진정치로 가기위해 유권자의 의식 전환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사실을 다시 일깨워준다.

제주사회는 이는 이미 제11대 교육감 선거(비리)를 치르며 '맑은 유권자'의 힘이 얼마나 중요하고 절실한지를 절절히 깨달았다.

하지만 여전히 유권자는 '관객'에 머물러 있다.

4년 마다 어김없이 돌아오는 정치판 연극의 '주인공'을 마다하고 멀찌기 지켜보는, 심지어 외면하는 관객은 어쩌면 우리의 자화상이다.

최근 불고 있는 대통령에 대한 탄핵 정국 역시 유권자가 '주인'이 아닌 '관객'에 머물러 있는데에 기인한 바가 크다.

"정치개혁을 이야기하기에 앞서 유권자들이 바뀌어야 합니다. 그것이 곧 정치개혁이 아닐까요"

포상금을 위해 신고를 하는 '유권자'가 아니라, 금권이 오고가기 전에 스스로를 감시하고 제언하는 선거문화의 풍토가 여전히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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