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들이 모였다. 나를 포함해서 모두 중년 아주머니들이다.

친구들은 남편이 없는 내가 부럽다는 것이다. 자기들도 경제적으로 자립할 수 있다면 남자 눈치 안 보고 살면 얼마나 편하겠느냐고 한다.

저녁 찬거리 걱정 안 해도 되고 밤늦게 남편 술친구 데리고 오는 일도 없을 테고. 남편 바람 피우는 걱정 안 해도 되고. 그런 걱정이 없으니 나한데 좋은 필자라는 것이다.

그리고 친구들은 한결같이 입을 모아 남편 흉을 보기 시작했다.
배가 나왔다. 코를 지독하게 곤다. 전혀 매력이 없다. 젊었을 땐 바람피우느라고 집에도 잘 안 들어오더니 요즘엔 밖에서 인기가 없는지 일찍 들어온다. 일찍 들어오는 것이 고맙긴 커녕 귀찮다.

아내들이 외출할 때면 ‘어디 가느냐’, ‘언제 오느냐’하며 어린애같이 군다. 이젠 하다못해 시장 갈 때도 따라 나선다는 것이다.

또 한 친구는 돈만 제때 갖다 주면 남편이 바람 피워도 상관없다고 했다. 오히려 편하다고 했다.
늦게 들어오면 저녁반찬 신경 안 써도 되고.

전에는 남편 호주머니 뒤지는 것이 취미였다고 한다. 뒤져서 조금이라도 이상한 것이 보이면 남편하고 싸우는 것이 생활이었다고 한다. 시간만 나면 남편 수첩 꺼내 보고 성냥갑 조사해 보고.
그런 것이 이젠 아예 무관심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남편 흉보는 것도 지친 우리 중년 아주머니들은 건강과 미용으로 화제를 돌렸다.
또 병에 대한 얘기, 갱년기 증상에 대한 얘기로 시간 가는 줄 모른다.

이십대가 모이면 시어머니 흉을 본다.
그것이 사십이 되면 남편 흉으로 변한다.

다음에 며느리 흉이다.
일생을 통해서 남의 흉보는 것으로 생을 마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의 기분이 든다.
그런 여자들에게 다른 즐거움은 없느냐고 남자들은 빈정댄다.

그런데 그 흉보는 것이 즐겁다.
헤어지고 나면 타인이다. 나는 남편이었던 사람의 맹점도 이미 타인이 된 지금은 관심이 없다.

친구들은 혼자 있는 내가 편하다고, 부럽다고 하지만 남편 흉볼 수 있을 때가 좋은 때이다.
나에게도 그런 시절이 있었지만. 그런 시절로 돌아가고 싶다.

 

저작권자 © 제주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