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흩어지면 죽는다'지만 한국의 노동조합은 모래알이나 마찬가지다.

 자본은 신자유주의를 앞세워 총진군하고 있는데 노동은 각 사별로 뿔뿔이 흩어져 자기네 사업장 문제를 푸는 데만 골몰하고 있다.

제주지역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노동운동의 기본은 연대임에도 나만, 우리 노조만, 우리 회사만 잘 되면 그만이라는 발상이 제주지역 언론노동자의 의식을 지배하고 있다.

같은 사업장에 있으면서도 비정규직이나 파견노동자들의 임금이나 근로조건에 대해 한 번이라도 생각해본 적이 있는가.

자기 사업장을 넘은 노조를 조직해야겠다고 생각한 언론 노동자는 몇이나 될까.

자신이 낸 돈을 비조합원을 위해 쓰는 것을 용인할 수 있는가.

거의 없다. 생각하기 싫어서가 아니라 우리는 그것이 당연하다고 그렇게 길들여져 왔다.

이에 따라 대기업과는 달리 중소기업 노동자들은 저임금과 열악한 근로조건에 시달리는 악순환이 심화되고 있다. 노동조합도 철저히 파편화, 분절화되면서 노동자간 연대를 단절시켜 놓고 있다.

야만의 IMF 체제 이후 제주에서도 노동문제의 성격은 예전과 크게 달라졌다. 신생 언론사의 등장과 무한 경쟁 체제의 도입은 언론노동자들의 근로조건을 크게 악화시키고 있다.

실업과 고용, 사회보험, 복지, 비정규직, 취약근로계층, 직업능력향상을 위한 교육훈련 등이 새로운 주요 문제로 부각됐다. 이런 사안들을 각 사별로 해결하기는 불가능하다.

물론 제주에서도 숱한 직능 단체가 설립되어 활동하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 특정 직종의 이익집단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직종별 이익이 최우선이며 가입 조건도 제한돼 있다. 전체의 이익을 위한 연대나 활동은 아직 인색한 것이 현실이다.

제주지역 언론노동조합협의회 출범의 당위성이 여기에 있다.

'언론의 자유경쟁시대'라는 허울 아래 언론자유의 수호, 실천이라는 이 시대 제주 언론계의 최대 과제를 애써 외면하고 정치와 영합, 정치의 시녀로 전락한 채 기업의 생존논리만을 강조하는 언론소유주의 자사 이기주의를 단호히 배격하고 자유언론의 기치 아래 각 언론사 각 직종의 언론노동자가 굳게 뭉칠 것을 다짐하는 것이다.


제주 언노협은 제주지역 언론 민주화에 이바지하고 지역 내 언론노동자들의 권익을 옹호하면서 제주 사회의 민주화에 이바지하는 것을 제1의 목표라고 선언하면서 다음과 같이 밝힌다.

1. 우리는 제주지역에서 언론의 사회적 책임과 역할을 깊이 인식하고 공정보도를 가로막는 권력과 자본의 횡포에 맞서 편집·편성권 쟁취를 위한 민주언론 수호투쟁을 벌이며, 제주사회의 민주화에 기여한다.

2. 우리는 단결과 연대를 통해 제주지역 언론노동자의 정치·경제·사회적 지위 향상과 권익의 보호 및 신장을 위해 앞장선다.

3. 우리는 자주적이고 민주적인 언론노동조합운동의 역사를 계승해 조합원들의 폭넓은 참여를 통한 조직민주주의를 실현한다.

4. 우리는 언론노조 쟁의에 적극적으로 지원하며, 노동운동 탄압에 대해서도 공동대응한다.

5. 우리는 노동자 정치세력화를 기치로 비민주적 법?사회제도의 개혁과 인간의 존엄성 보장, 자유?평등 실현의 한길에 힘차게 나선다.

6. 우리는 전 세계 노동자가 모두 하나라는 인식 아래 제주지역 민주단체와의 연대는 물론 민주노총, 전국언론노조와의 연대를 강화하며 국제연대운동을 실천한다.
2003. 10 . 1 .
제/주/지/역 언/론/노/동/조/합/협/의/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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