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떨치고 어디론가 떠나 보아도
되돌아오는 윤회의 파도가
내 피 속에 흘러
원인 모를 병으로 몸이 저릴 때마다
찾아가 몸을 담그는 나의 바다
깊은 허망에 이미 닿아
더 이상 잃을 것도 없는
몸이 되었을 때
나는 바다로 가리라
소리쳐 울리라
제주바다는
맨살의 얼굴로 소리쳐 울때 아름답다

-김순이 시집
<제주바다는 소리쳐 울때 아름답다>(1991년)에서

 

<지은이> 김순이(1946~  ) : 제주시 출생.
 이화여대 국문과 졸업.
 1988년 계간 「문학과 비평」지를 통해 등단.
 시집으로 '제주바다는 소리쳐 울때 아름답다'외 여러권이 있음.

 


그녀의 시는 흉내낼 수 없는 그녀만이 갖는 빛깔이며 소리이다. 개성적인 그의 시의 음조가 때로는 영혼의 저 깊은 바닷속 울림이기도 하고, 어둠 짙은 푸르름의 '맨살의 얼굴'로 소리치는 파도이기도 하다.
'떨치고 떠나보아도' 먼 방황의 대해를 휘휘 돌아, 결국은 돌아와 핏속으로 흘러드는 '윤회의 파도'를 그녀는 운명처럼 받고 있다. '더 이상 잃을 것도 없는' 빈 몸으로 소리쳐 우는 것이다. 그 아름다움의 원초적인 심상으로.
 글=김용길 시인
 그림=문행섭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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