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이 참석하지 않은 제주4.3 60주기 위령제.

유족들의 반응은 차가웠다.

그러잖아도 보수단체들이 4.3희생자를  '폭도'로 규정해 격분해 있던 터였다.

3일 4.3 평화공원에서 열린 위령제에는 한승수 국무총리와 원세훈 행정안전부 장관 등 정부인사를 비롯해 강재섭 한나라당 대표, 통합민주당 김원기 공동선대위원장, 민주노동당 천영세 대표 등 여야 지도부, 김태환 지사 등 도내 각급 기관.단체장, 유족 등 1만여명이 참여했다.

그러나 여느 때의 4.3위령제와는 달랐다.

행사장엔 무겁고 침울한 분위기가 짙게 깔려있었다. 60주년이란 의미가 다소 무색했다.

이날 위령제서 만난 4.3 유족 강대춘씨(68, 제주시)는 "환갑을 맞은 4.3 위령제에 대통령이 참석하지 않은 것이 씁쓸하다"며 "틀림없이 참석할 것으로 생각했었다. 섭섭하다"고 말했다.

장인이 4.3당시 희생됐다는 김현섭씨(43, 서귀포시)는 "4.3 60주년은 의미있는 해"라며 "국가차원에서 공식적인 예의는 갖춰야 하지 않겠냐"고 반문했다.

4.3을 배우고 있다는 대학원생 A씨는 "대통령이 '정치적 판단'을 한 것 같다"며 "4.3위령제에 참석해 봐도 정치적으로 별 이득이 없을 것으로 판단한 것 같다"고 말했다

모 국회의원 출마자는 강재섭 한나라당 대표와 인사를 나누면서 "대통령이 와야지"라고 일침을 놓기도 했다.

이와 대조적으로 대부분 후보는 활기를 띠었다.

부친상을 당한 통합민주당 김우남 후보를 제외한 대부분의 후보들이 총출동했다.

이들은 일분 일초도 아까운 듯 분주하게 움직였다. 이만한 '선거대목'(?)도 없었을 것이라는 판단에서 였을 것이다. 각 후보들 일일이 악수세례를 퍼부으며 행사장을 헤집고 다녔다.

일부 후보는 행사장 인근 진입도로에 유세차량을 세워놓고 선거운동원을 동원해 지지를 호소하는 다소 어색한(?) 장면도 눈에 띄었다.

이날 행사장 대형스크린에선 노무현 전 대통령이 4.3위령제 참석 영상이 반복적으로 상영돼 '묘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제주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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