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유통가는 온통 눈물의 고별전이니, 창고 대방출, 재고상품 떨이전 등이 넘쳐난다.제주시 일도2동의 어느 음식점은 자장면 한그릇을 2000원에 내놓았다. "경기가 어렵다. IMF때로 돌아간다"는 것이다. 이는 기존 음식점 자장면 가격보다 1000원이 낮은 것이다. 

이보다 더 큰 문제는 불신의 벽이다. 제주시내 유통현장에서 만난 상인들은 지표와 현실간에 괴리가 매우 심하다고 호소하고 있다.

"관리들이 발표하는 것은 안 믿어요. 어디 어제오늘 경기가 좋아진다고 했나요?"

경기가 바닥이다 보니 사회적인 약자들의 고충이 더 커지고 있다.제주도교육청에 따르면, 새 학기 들어 도내에서 초등학생 2500여명, 중학생 1500여명, 고등학생 1500여명으로 9만8000여명의 도내 학생중 총 5500여명이 급식비를 내지 못한다고 한다.

형편이 어려워 급식비를 내지 못하는 학생이 계속 증가하고 있는 것. 결코 적은 숫자가 아니다. 축 늘어진 어깨, 생기 잃은 눈동자, 의욕없는 행동에서 우리의 미래는 보이지 않는다.

빈부 격차는 갈수록 커지고 있다. 지금 우리 주변에는 심각한 질환과 장애에 시달리면서도 도움을 제대로 받지 못한 채 홀로 지내는 독거노인이 적지 않다. 또 저임 노동으로 상징되는 비정규직 급증은 아무리 일해도 가난의 굴레를벗어나지 못하는 ‘근로 빈곤층’을 양산해 사회적 안정까지 위협하고 있다.

공공기간도 예외일 수 없다.한국노동연구원이 내놓은 용역보고서를 보면 전국 304개 정부부처와 산하기관, 지방자치단체 전체 근로자 가운데 비정규직은 전체 근로자의 18.8%인 23만4000명에 이르는 있다. 특히 제주 지역은 비정규직 비율이 24.8%로 광역시도 가운데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불황이 장기화되다 보니 체불 사업장도 늘고 있다. 국민건강보험관리공단에 따르면 지난 2월말을 기준으로 도내 직장(사업장) 가입자 가운데 보험료를 3개월 이상 체납한 근로자는 253건에 4억2633만원에 이르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는 작년 같은 기간의 94건·1억2964만원에 비해 건수로는 169%, 체납액으로는 229%나 증가했다. 이들은 결국 본인이 의료비를 부담해야 한다.

임금체불 노동자는 사는 게 서럽다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다. 생활고와 함께 건강보험 보험료마저 체납됨으로써 본인은 물론 자녀들의 의료진료에도 큰 불편을 겪고 있다. 건강보험의 경우 3회 이상, 또는 3개월이상 보험료가 연체되면 본인이 부담해야 하기 때문에 대책마련이 시급하다.

외환위기 이후 우리 경제의 분배 악화는 부유층의 소득 증가보다는 성장률 둔화에 따른 실업 증가와 고용의 질이 저하된 점에 더 크게 연유하고 있다는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정치에도 우선 순위가 있다. 국민이 뭘 가려워 하느냐, 등이 가려우면 등부터 긁어야 한다. 지금 등이 가려운 데 어깨만 긁으면 시원한가? 지금은 민생경제를 살리라는 게 국민들의 아우성 아닌가.

'기대 반 우려 반’속에 4.15총선이 막을 내렸다. 17대 국회가 곧 개원한다. 싸움질 안하고, 선거운동 때만 나타나지 말고,돈을 먹지 말라는 것이 유권자의 바람이다.

그리고 경제 활성화가 주가 돼야 한다. 현재 국가, 지역경제 모두 어렵다. 농어촌을 비롯해 활성화 방안에 대한 논의가 있어야 한다. 국민과 민생을 걱정하는 국회가 돼야 하고 정책을 내놓고 경쟁함으로써 국가경쟁력을 뒷받침하는 생산적인 정치가 돼야 한다.

 '정치 다음이 경제’라는 식으로는 글로벌 시대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 `일하는 국회'를 바라며 유권자들이 고심끝에 던진 한표 한표의 의미를 여야 와, 승자와 패자 모두 깊이 새겨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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