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속 굿 “제주 4·3사건” '그 희망의 시작' 공연이 27일 오사카에서 열렸다.

지난 24일 일본에서 도쿄 공연에 이어 두 번 째였다. 천여명의 객석이 관람할 수 있는 홀인데 빈 자석 하나 없는 대성황을 이뤘다. 한국에서 전통문화를 갖고 와서 일본에서 공연할 때 이 처럼 만원을 이루는 예는 거의 없었다.

이 홀에서는 재작년 재일 음악가 한재숙씨가 연출한 '제주 민요의 밤' 공연 때도 만원이었다. 그 만큼 오오사카에 거주하는 재일 제주도민의 많다는 것을 증명해 주는 측면도 있으나 그보다도 공연 내용의 우수성과 상징성이 재일동포들에게 화제의 대상이 되었다는 점이다.

이 공연은 1부와 2부로 나눠져 있는데 1부에서는, “제주도 4·3사건 진상 조사위원회”수석 전문위원인 양조훈씨의 '제주도 4·3사건의 진실과 미래'라는 주제 속에 강연이 있었다.

4·3사건에 대해서 일부 관심 있는 사람들을 제외하고는 단편적인 사실 밖에 모르는 동포들에게 이 강연은 그 어느 때의 강연보다도 뛰어났다.

그 이유는 강사 양조훈씨가 지금 현직에 있기 전까지 신문기사로서 4·3사건을 직접 취재하고 그 후 공적기관에서 실무 책임자를 활동하면서 그 어느 누구보다도 4·3에 대해서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제까지는 우리말로 강연하는 일방통행적인 경우와 통역이 들어갈 때는 시간이 배 이상을 소요하기 때문에 강연 분위기가 긴장감을 잃고 해이 해지므로 그 효과가 반감하기 쉬웠다. 그러나 이번에는 4·3에 대한 체계적인 설명과 함께 무대 옆에 설치된 동시 번역 자막이 큰 역할을 했다.

일세 할아버지 할머니들은 우리말로 직접 듣고 이세 삼세 동포들은 자막을 보면서 이해함으로써 관람석의 일체감을 느낄 수 있었다.

이것은 2부에서 공연된 '그 희망의 시작' 연극에서 더욱 돋보였다. 극중의 제주 사투리를 일본어로 번역한 정확성에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이 동시 번역 자막이 강연과 공연을 성공 시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극에서는 무대 뒤에 전개되는 다큐멘터리 영상 처리와 호흡을 같이하는 무대 공연이 뛰어났다.
제1막에서 시체와 유골들이 흩어진 영상과 극중 인물의 죽음, 그리고 빨리 돌아가는 영상처리 속에 4·3희생자들의 명단이 나오는 장면은 실로 압권이었으며 홀 전체도 싸늘한 냉기가 감돌았다.

제3막에서 심방이 등장하여 굿을 할 때 극중의 굿이라 관람객들의 웃음을 자아내었으나 “질치기”로 들어가면서 심방이 “인정겁서”라는 곳에서 분위기는 확 달라졌다.

관람객들도 무대의 상에다 공양하기 위해 줄을 이으면서 무대 앞에 섰을 때 굿은 절정에 이르렀고 숙연해진 장내 여기저기서 흐느끼는 소리도 들려왔다.

관람객과 무대가 하나가 되는 순간이었으며 감동적이었다. 제4막 '그 희망의 시작'에서 아름다운 제주 자연을 부분적으로 클로즈업 시키는 영상도 좋았으나, 꼴자의 욕심으로는 제주도 전체를 공중 촬영한 영상도 있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었다.

이렇게 성공적으로 끝난 강연과 공연이지만 어느 관람객은 극의 삽입곡 내용이 과격하다는 지적도 있었으며 또 다른 관람객은 조총련한테 4·3을 빼앗겼다는 농담도 있었다.

이 점들은 필자도 동감할 수 있는 부분이었다. 관람객들에게 배부된 팸플릿의 “기념사업에 찬동한 단체”에는 조총련 단체 일색이었으며 접수와 안내를 담당한 분들도 조총련 동포들이었다.
필자도 개인적으로 알고 있는 조총련 부인회 간부로부터 표를 살 정도였다.

이러한 조직력으로 적극적인 지원을 한 조총련 동포들이 한국 정부가 공식 발표한 '제주도 4·3사건의 진실과 미래'의 강연과 한국에서 일반적으로 상연되고 있는 '그 희망의 시작'의 연극을 객관적 사실로서 듣고 보았다는 사실이야말로 화합의 차원에서 가장 큰 수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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