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눈치 저 눈치 보지 말고 당당하게 겨뤄라"

6,5 제주도지사 재선거를 앞두고 기초자치단체장들이 잇달아 출마를 저울질 하고 있다. 필자는 자치단체장들이 불과 2년 전의 약속을 깨뜨리고 다시 광역단체장 도전에 나선 것에 대해 굳이 탓하고 싶지 않다.   

그동안 꾸준히 지역주민들에게 인지도를 높이면서 준비를 하였거나 혼탁한 정국 속에 나름대로 득표에 자신이 있는 단체장은 출마 유혹을 쉽사리 떨치지 못할 것이기 때문이다.

나는 다만 그들의 결심이 정말 제주도민에 대한 사랑으로 가득 차지 않았다면, 제주의 미래에 대한 비전 제시와 함께 당당히 자기 주장을 펼 수 없다면, 지금이라도 출마의사를 조용히 접기를 바란다.

기초자치단체장이 광역자치단체장 또는 국회의원으로 변신하기 위한 정거장은 아니지 않은가?

6.5 재선거는 자칫 미니 총선이 될 가능성이 크다. 6.5 지사 재선거의 경우 기존 기초단체장들의 출마가 예상돼 많게는 도내 5개 광역.기초단체 가운데 3군데에서 선거가 치러진다.

제주도지사 재선거 출마가 유력시되고 있는 기초자치단체장의 예비후보는 김태환 제주시장과 강상주 서귀포시장이다. 김 시장과 강 시장이 출마를 결심, 5월 6일 이전에 시장직을 사직할 경우 6월 5일 제주시장과 서귀포시장 보궐선거도 함께 실시된다.

그러나 재선거에 입후보하는 공무원의 사직 기한은 후보 등록일 이전인 다음달 20일로 규정하고 있어 사퇴 시기를 늦춰도 된다. 그러나 5월 6일 이후로 사퇴를 미룰 경우 하반기인 10월 30일 보궐선거가 치러지게 됨에 따라 5개월간의 행정 공백을 자초한다는 도의적인 비난을 감수해야 한다.

정당공천제로 치러지는 현재의 지방선거에서는 조직력을 갖춘 정당의 공천을 받는 것이 당선으로 가는 가장 확실한 지름길인 만큼 공천과 당선에 유리한 정당으로 말을 갈아탈 수밖에 없다.

문제는 경선이다. 아마 지금도 출마를 공식적으로 표명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경선에 따른 부담 때문일 것이다. 지난 4.15총선에서 봤듯 유력한 후보가 떨어지는 상황이 전국에서 연출됐다. 공직 사퇴 후 본선에도 나가보지 못하고 예선탈락을 하게 되면 무슨 망신인가?

이 잣대 저 잣대, 저울질하고 있는 마음을 십분 이해한다.

그러나 제주도지사라는 자리가 어떤 자리인가. 제주의 미래가 걸려있다. 연간 1조원에 가까운 예산을 주무르고 100만 제주도민의 운명을 좌우하게 될 수장이다. 당장 눈앞에는 ‘제주국제자유도시’호의 선장으로서 제주를 동북아 관광과 물류의 허브로 조성해야 한다. 그야말로 책임이 막중한 자리다.

그런데도 이 눈치, 저 눈치를 보고 있다. "정치에 물들지 않은 행정기관장 출신이니 앞으로 큰일을 하게 해달라"고 당당히 자기 주장을 하고 대중의 지지를 이끌려는 의지와 자신감도 없이, 어떻게 위기에 빠진 '제주호'를 구할 수 있겠는가.

선관위에 따르면 자치단체는 선거비용으로 기초단체장의 경우 5억원, 광역단체장의 경우 30억원을 내야 한다. 이들 단체장 선거에 지방의원 등이 출마할 경우 연쇄적인 보궐선거에 드는 비용은 눈덩이처럼 불어날 수밖에 없다. 여기에 후보들의 선거비용을 합치면 그 액수는 더욱 불어나게 된다. 부담이 너무 크다.

그러나 그들을 막을 수는 없다. 기초자치단체장들도 법에 따라 얼마든지 출마할 권리가 있다. 다소의 행정공백이 우려되지만, 기초에서 닦은 참신한 사고와 소신있는 행정으로 광역에서 성공한 사례를 다른 지역에서 얼마든지 봐 왔다.

우리는 이왕이면 신나는 정치, 멋진 정치인, 분별있는 유권자를 기대한다. 그 출발점은 입후보예상자의 당당함과 소신, 미래에 대한 비전이다. 우리는 정당공천에 따른 줄대기 후유증을 거부한다.

아무쪼록 이번 6.5 재선거가 풀뿌리 민주주의에 대한 자신감이 가득찬, 아름다운 선거가 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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