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예술인총연합회 제주도지회(이하 제주예총)와 한국민족예술인총연합 제주도지회(이하 제주민예총)가 한 지붕 두 가족 살림을 시작한 후에 제주예총이 처음 행사로 '2004 제주예술인대축제'를 지난 2일에 열었다.

창립 42주년 기념행사로 연 이 행사는 그러나 제주예술계의 퇴조를 엿보게 하는 씁쓸한 여운을 남겼다.

첫째는 같은 집에 세 들어 사는 민예총 쪽의 어떤 참여도 하지 않았으며, 둘째는 감독하러 왔던 인사의 말처럼 "작년보다도 못하다"는 참여의 저조와 행사 내용이다. 이제 간신히 재 창립한 국악협회 대신에 이번에는 연예인협회가 사고지부가 된 것도 딱하다. 언제나 같은 장소, 늘 보이던 얼굴들, 새로운 이슈를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이런 징조는 4월 26일부터 제주민속관광타운 내 신산갤러리에서 계속된 전시축제부터 그랬다.

미술, 사진, 시화들이 선보였으나 정성들인 신작보다는 타작들이 많았다. 대개는 이 전시를 위해 새로 마련한 것이기보다는 어디선가 봤던 듯한 작품이며, 어디서도 프로 의식을 찾아볼 수 없었다.

개인이나 각 지부 자체의 사진전이나 미술전, 시화전에서보다도 관객이 감동을 얻지 못했다면 그것은 맥빠지는 일이다.

며칠 후인 5월 2일 개막식. 축시 낭송, 제주도 예술인상 시상식. 제1회 제주예술인상이 원로 사진작가 김희수씨에게 돌아간 것은 공로상의 성격으로 그의 지난 이력에 비해 잘된 것이었다.

그러나 아쉬운 것은 지금 침체된 제주 예술계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서는 훌륭한 신인, 그리고 그들의 좋은 작품에 주는 그런 상이 필요한 시점이다. 그래야 상을 받기 위한 치열한 노력들을 기울일 것이 아닌가.

세미나는 '제주예술문화 발전을 위한 제주예총의 역할'이라는 주제로 아동문학가 고운진씨의 '…제주예총과 회원단체의 역할' 그리고 제주일보 문화부장 김오순씨의 '제주문화예술 단체와 관련기관간 네트워크 형성에 대해'. 그러나 모든 세미나가 그렇듯 제주예총 측은 140명이 이 세미나에 참석했다는 주장인가 하면 여기 참석했던 한 예술가는 "나중엔 30명 정도밖에 안 남았더라"고 말해 그 효과에 대해 의구심을 갖게 했다.

고운진씨의 발표 내용은 "제주예총이 창립된 지 42년이 되었다"며 그 동안 제주예총이 걸어온 바를 돌아보았다.

그의 발표 중에 특히 "현재 30여 명의 이사들만으로는 모든 면에서 투명성과 공정성을 인정받기 힘들다.

(그러니)이사 수를 늘릴 필요가 있다"는 대목은 현 시점에서 절실한 지적이었다. 그는 또 "이사회와는 별도로 전문 정책기구를 만들어 정책 수립과 다른 지방 단체와의 협력 관계를 유지해야 한다"는 발언도 했다.

김오순씨는 그 동안 문제가 됐던 '섬집아기 노래비' 건립과, 문화예술계의 의견을 수렴해 보완하라는 제주도의회의 지적에도 불구하고 원안대로 처리된 '제주도립오페라단 사건'을 예로 들며 문화예술단체와 문화행정 간 네트워크 구축이 필요함을 역설했다. 그러나 이런 필요한 주장들이 얼마나 공명을 얻을 것인가는 두고 봐야 할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나의 의혹은 전시나 세미나, 식사들이 모두 서정용 예총지회장이 경영하는 제주민속관광타운에서 이뤄졌다는 점이다. 확인 결과 극장이나 전시관 사용료도 문예회관에 비해 훨씬 높았다.

이곳은 여건을 고려하자면 문예회관에 댈 것이 아니다.

예술계 전반에 만연해 있는 아마추어리즘과 매너리즘을 어떻게 극복하고, 제주예술이 제 날개를 찾아 비상할 날은 언제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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