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이 켜지면
그대 앞에 서성이는
나비 한 마리.
이건 비밀이야.
얼마나 널 기다리는지.
얼마나 널 그리워하는지.
“선생님! 촛불 속에 사람이 있어요.”
며칠 전 미술반 학생들과 함께 기당미술관을 찾았을 때 가장 흥미를 끌었던 작품이 박항률의 「유혹」이었다.
어느 마을 우물터에서 우연히 들은 짧은 이야기를 모티브로 [토지]를 써냈듯이 「유혹」은 장편소설의 복선처럼 많은 것을 암시하고 있었다.
촛불이 상징하는 사춘기적 동경은 그의 마음에 잔잔한 파문을 일으킨다. 슬프도록 푸른빛으로 그려낸 단아한 모습의 소년은 나비처럼 조용히 날아 오르려한다.
그 작품 앞에 우리들은 한편의 드라마를 써놓고 왔다.
나비효과를 설명하면서.........
- 나비는 무심하게 잠에서 깨어 날개를 퍼덕였다. 나비는 바로 옆의 분홍색 꽃 위에 사뿐이 앉았다. 하지만 나비의 행동이 빚어낸 결과는 엄청난 것이었다.
이처럼 사소한 사건 하나가 나중에 엄청난 변화를 가져오는 것을 현대과학에서는 나비 효과라고 부른다.
나비 효과란 중국 북경에서의 나비의 날개 짓 같은 작은 변화가 대기에 영향을 주고 또 이 영향이 시간이 지날수록 증폭되어 긴 시간이 흐른 후 미국 뉴욕을 강타하는 허리케인과 같은 엄청난 결과를 가져온다는 것을 말한다. 나비 효과는 만약 이 나비가 가만히 있었다면 허리케인이 뉴욕을 지나는 일이 없었을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박항률. 들어본 이름이긴 한데 기억이 확실치 않아 인터넷을 헤집고 다녔다.
그 안에 또 다른 나비들이 날아다니고 있었다. 꿈속에서, 기다림의 창가에서 우리들을 매료시키고 있었다.
그림 속 인물들은 여성인지 남성인지 때로는 비구인지 비구니인지 모호하다. 그들은 전설 속 인물인양 고요히 말이 없다. 그러면서도 화가는 그 내면에 미미한 흔들림을 놓치지 않는다. 그만의 조형언어로 인간의 미묘한 감성을 섬세하고 정교하게 그려내고 있다.
그의 나비들은 환영처럼 어른거린다. 애욕이 아니다. 무모함도 아니다. 호기심도 아니다.
그의 나비는 기다림과 혼돈이며 서글픈 꿈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