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쳇말로 '말빨'이란 말이 잘 먹혀들고 말에 힘이 실리는 영향력 있는 발언을 가리킨다. 그런데 이 '말빨'은 말을 자주하는 사람보다 말을 아끼는 사람의 말이 잘 선다.

큰 스님이나 성직자들은 그들이 갖는 영향력도 있지만 평소 극도로 말을 아끼기에 더욱 '말씀'에 힘이 실리는 것이다. 교우관계나 회사동료간에도 말이 많은 사람보다 어쩌다 한마디 힘들게 하는 사람의 말이 먹혀드는 것을 우리는 자주 본다.

그만큼 하고 싶은 말을 삼가고 몇 번을 되새긴 끝에 꼭 할말만을 하기에 그럴 것이다. 영향력이 있고 평소 말이 많지 않으면 어쩌다 행한 짧은 말에도 많은 뜻이 담기고 말한 사람의 뜻을 백인백색으로 해석하며 새겨 들으려 한다.

"오죽했으면 그가 그런 말을 했겠느냐"는 일반의 그것이 그렇다.

몇해전 우리시대의 성직자 한분은 "이 세상 모든 아버지들에게 더 많은 힘을 실어 줍시다.

그리고 이들이 가족과 함께 살수 있도록 합시다"고 역설하면서 "예수의 아버지였던 요셉은 출세와 성공 만을 지향하는 문화에 빠져있는 요즘 아버지들에게 훌륭한 모범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분의 말씀은 이 세상 많은 아버지들이 힘없이 방황하면서 가족과 떨어져 살고 있으며 가장이라는 유·무형의 책임감이 늘 어깨를 짓눌러 무거운 삶을 살고 있다는 것이다.

나아가 자신을 위해서도 그렇지만 가장으로서 책임과 역할을 위해 출세와 성공만이 전부인 줄 알고 위만 보고 쳐다보는데 대한 경종의 메시지도 담겨있다.

극도의 말을 삼가며 모처럼 하신 말씀이 "아버지에게 힘을 주자"라는 것은 우리 나라 뿐만 아니라 지구상 많은 아버지들이 힘들어 하고 있다는 것이다.

설령 실직가장뿐만 아니다. 직장을 갖고 있는 아버지여도 나름대로 불안, 초조, 긴장 속에서 지내고 있다는 말이다.

우리는 김정현이 쓴 '아버지'라는 소설을 기억한다.

오로지 가정과 사회를 위해 묵묵히 헌신하다 50을 갓 넘긴 나이에 병을 얻어 초라하기 그지없이 병도 숨기고 끝까지 가족사랑의 마음을 간직하다 세상을 떠나는 우리사회 우리들의 아버지, 누구에게나 있을 수 있는 허무를 기억한다.

지구촌 곳 곳 우리지역, 우리이웃에도 화려함과는 거리가 멀고 어쩌다 '운'이 안 닿는 것이 무능으로 비쳐지고 '불법'과 '탈법'을 거부한 것이 '옹고집'으로 매도당하면서도 자신이 나가야 할 "아버지의 길"을 묵묵히 걸어가다가 불운하게 쓰러져 병마와 싸우고 가족과 떨어져 살고있는 아버지들이 너무 많다.

우리이웃의 아버지들을 위해 여유 있는 아버지들이 나서자. 그들이 오늘의 자신을 대신해 이처럼 고통을 받고 있다고 생각하면 이 모두가 우리자신의 일이다.

아버지, 그 힘들고 고독한 길임을 우리사회는 잘 알고 있다.

'말빨'없이 큰소리하는 것을 삼가고 숨죽여온 우리의 아버지들.

그들이 힘을 내고 제 목소리를 내야한다. 이 세상의 모든 아버지들에게 힘을 실어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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