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육상 100m에서 10초 48의 기록으로 우승을 차지한 전덕형.<노컷뉴스>
"1년에 고작 3~4개 대회에 나가서 어떻게 좋은 기록이 나오겠습니까."

11일 제89회 전국체육대회 육상 종목이 열린 전라남도 여수 망마경기장. 29년째 한국신기록을 바뀌지 않고 있는 남자 100m 경기가 펼쳐졌지만 기대했던 한국신기록을 없었다.

남자 100m는 한국신기록은 1979년 서말구가 세운 10초34. 대선배의 기록을 깨기 위해 10초42의 개인기록을 가지고 있는 임희남(24 · 광주시청)과 10초48의 전덕형(24 · 대전시체육회) 등이 출전했지만 한국신기록에 한참 못 미쳤다.

전폭적인 지원은 고사하고 뛸 대회조차 부족하기 때문이다. 1년에 열리는 국내대회는 고작 5개 정도. 이마저도 실업팀 선수가 아니면 3~4개 대회 밖에 출전할 수 없다. 10초48의 기록으로 1위를 차지한 전덕형 역시 실업팀 선수가 아니라 5개 대회에 모두 나서지 못하는 처지다.

전덕형은 "지원은 잘 모르겠지만 1년에 3~4개 대회 밖에 출전하지 못해 기록 향상이 힘들다"면서 "해외에서 열리는 대회에 출전하고 싶지만 그것도 쉽지 않다. 올 초 일본에서 열린 대회도 자비를 들여 참가했다"고 말했다. 기록 향상을 위한 지원은 없이 선수와 코치만 열악한 환경에서 땀을 흘리고 있는 셈이다.

2008 베이징올림픽 남자 육상 110m 허들에서 트랙 종목 사상 두 번째로 2회전에 진출한 이정준(24 · 안양시청)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이정준은 지난해 1월 '황색탄환' 류시앙(중국)과 훈련하기 위해 상하이 제2체육학교를 찾았고 올 2월부터 6월까지 일본 쓰쿠바대학에서 쉴 새 없이 허들을 넘었다. 모두 소속팀에서 나오는 월급 뿐 아니라 대표선수수당을 모두 털어서 간 유학이었다.

그리고 그 결과는 한국신기록으로 나타났다. 이정준은 8월 베이징올림픽에서 13초35, 9월 대구국제육상경기대회에서 13초33, 연거푸 한국신기록을 갈아치웠다. 지원만 있으면 기록 향상은 언제든지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준 좋은 예다. 

이날 망마경기장에 모인 대부분의 선수들이 입을 모았던 얘기가 바로 대회의 부족이었다. 많은 선수들의 기록이 3~4년씩 향상되지 않는 이유는 결국 정부의 육상에 대한 지원과 국민들의 관심 부족에 있었던 것이다. 즉 대회를 뛰고 싶어도 뛸 대회가 없는 것이 한국 육상의 현실이었다.

이명박 대통령은 10일 개막식에서 기초 종목과 비인기 종목에 대한 전폭적인 지원을 약속했다. 무려 29년 묵은 100m 한국신기록, 이미 세계신기록(우사인 볼트 · 9초69)와는 너무도 큰 차이가 있다. 하지만 정부의 지원과 국민의 관심이 있다면 한국 육상도 수영의 박태환(19 · 단국대)처럼 세계의 벽을 넘을 수 있지 않을까.<노컷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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