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귤 유통명령제가 시행도 되기 전에 흔들거리고 있다.

일부 약삭빠른 중간상인들이 이미 이달초부터 극조생 감귤을 후숙처리한 뒤 대도시 농산물시장에 상장, 감귤에 대한 이미지를 흐리게 함으로써 지금까지 반복돼온 문제가 올해도 시정되지 못한 채 본격 출하시기를 맞고 있다.

감귤유통명령제만 실시되면 기울어가는 감귤산업을 회생시키는데 상당히 도움이 될 것으로 믿었던 농민들은 상당히 당혹스런 표정이 역력하다.

▲후숙과 출하 막아라=제주감귤협의회는 지난달 8일 감귤농가의 압도적인 동의를 얻어 감귤에 대한 유통명령 제안서를 농림부에 제출했다.

감귤유통령제는 지난 6일 농가대표, 유통관계자와 소비자 대표 등이 참가하는 전문심사위원회를 거쳐 공정거래위원회와 협의절차를 밟고 있다. 예상대로라면 금주중에 시행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하지만 이렇게 차일피일 미뤄지는 틈을 타 약삭빠른 중간상인들과 이에 편승한 일부 생산자들이 덜익은 저급품을 예년과 같이 강제탈색해 출하함으로써 감귤의 이미지를 향상시키고 제값받기를 기대했던 대다수 농가들의 기대에 찬물을 끼얹었다.

지난 3일께부터 출하되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진 올해산 감귤의 출하물량은 지금까지 300t을 웃도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준비과정 '미적미적'= 유통명령제에 대한 논의가 시작된 것은 올해초이다. 지난해산 감귤생산이 80여만t에 이르면서 엄청난 고통을 겪어야 했던 감귤농가와 행정에서는 유통명령제에 대한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그러나 당시 감귤생산·생산유통조례 정비와 과수진흥특별법 제정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혼선이 우려된다는 지적이 제기되면서 의견조율 과정이 필요했고 농·감협도 장기적인 검토과제라는 의견이 일부에서 나오면서 사업추진에 차질을 빚는 바람에 지난달 8일에야 명령제안서를 제출하게 됐다.

또 유통명령 발동에 따른 농림부의 행정절차 늑장도 한 원인이다. 농림부는 제안서 내용을 심사할 전문심사위원회를 지난달 말에야 구성함으로써 사업추진에 차질을 초래했다.

▲유통명령제는 만능인가?= 감귤 유통명령제가 시행되면 비상품으로 분류되는 0번과나 1·9번과, 병해충이나 부패과가 있는 중결점과 등이 시장에서 격리된다.

또한 항상 문제가 되어온 강제착색에 의한 감귤출하도 출하자가 처벌받게 됨으로써 시장에서 떠나게 떠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어쩌면 이것이 감귤유통명령제가 담고있는 핵심내용이다.

그러면 감귤유통명령제가 발효되면 모든 것이 해결될까. 문제는 감귤유통명령제가 본격 시행되도 문제점은 남는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가장 중요한 출하시기의 경우 농가자율에 맡겨놓고 있기 때문이다.

감귤출하의 경우 유통명령제에 따를 경우 품질부분에만 집중하고 있지 시기는 중요하게 취급되고 있지 않으며 감귤 생산과 유통에 대한 조례에도 8브릭스 이상이면 출하할 수 있게 하고 있다.

따라서 감귤유통명령제가 발효되더라도 소과나 대과가 아닌 상품일 경우 강제착색만 하지 않는다면 색이 덜 난 청과로의 출하는 가능하다는 결론이 나온다.
 
따라서 출하시기를 구체적으로 규제하는 규정을 강화하거나 색도나 당도 등 출하되는 감귤의 품질규정을 규정해야 한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또한 부패과를 내는데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선과작업에서 왁스를 사용하는데 따른 처벌규정도 없다.

사실 산지폐기 등을 통한 감산과 비상품 유통의 금지를 골격으로 하고 있는 감귤유통명령제에 담고 있는 내용이 감귤생산과 유통에 관한 조례와 상당히 비슷한 점이 많다.

이번에도 유통조례를 근거로 강제착색 단속에 대한 강력한 의지만 있었다면 어느 정도 막을 수 있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기도 하다.

그러나 앞서 시행됐던 감귤생산과 유통조례가 제대로 시행되지 못한 것처럼 감귤유통명령제가 시행되더라도 생산자 및 유통업자들의 의식개혁이 전제되지 않는 한 성공을 기대하기는 무리다.

무임승차에 따른 혜택을 보려는 일부 얌체 농가나 일부 상인, 그리고 이들에 대해 강력한 처벌을 가할 수 있는 규정과 그에 따른 실제적인 법집행이 중요하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생산자와 유통업자의 자발적인 참여와 협조가 없이는 유통명령제 자체도 감귤생산과 유통에 관한 조례처럼 유명무실한 제도가 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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