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빛 새들이 운다
돌담 빈 구멍에서
바람이 부는 피릿소리로

새들이남기고 간
가장 맑은 목청이
가슴 깊은 굴험에
울담을 쌓아놓고
저녁바다는 영산홍빛
휘파람을 묻고있다.

-고영기 시집 ‘해녀의 거울’에서

<지은이> 고영기(1935~ ) : 시인, 소설가.
북제주군 한림읍 귀덕리 출생.
제주대학교 영어영문과 졸업.
1988년 ‘시문학’추천완료로 등단.
문인협회 제주도지부장. 한국예총 제주도지부장 등을 역임. 제주일보 편집국장. 논설주간 등을 지냄. 현재 제주문화예술재단 이사장.
시집 ‘해녀의 거울’(1995) 외.

김지하 시인은 고영기의 시세계를 한 마디로 “탐라의 예언”이라고 지적했다.(1995 ‘해녀의 거울’발문에서)
자연의 생태적 감수성을 회복시켜야할 현재의 시점에서 고영기의 시는 “영산홍 휘파람”이 되어 들려온다는 것이다.
“새들이 남기고 간 / 가장 맑은 목청이” 영산홍 빛으로 물들이며 가슴 깊숙이 휘파람으로 떨리게 하는 이 시의 전문을 입 속으로만 외워두기는 너무 안타깝다.
저녁바다를 보며 크게 휘파람의 음조로 소리쳐야 한다.
글=김용길 시인
그림=오윤선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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