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출근길에 무너져 내리는 4월을 보았다
황사현상에 시계가 흐터져버린
한라산은
고혼제(孤魂祭)의 분향 향기로
눈물을 씻어내고 있었다
들판에 흐드러진 유채꽃이
남녘의 풍광을 안겨주지만
돌밭담 새
애타는 우리네 어버이들의 슬픔이
회색의 중년만큼이나
뿌옇게
앙금으로 가라앉아 있었다
…………<후 략>…………

-김철수 시집 「흐르는 섬」(1993년)에서

<지은이> 김철수(1949~1998) : 제주시 출생.
1990년 ‘예술세계' 겨울호에 ‘사월의 끝'외 2편으로 등단. 제주 중앙여고 교사로 재직한 바 있음.
시집 : 흐르는 섬


1998년 1월이었다. 그때 나는 탐라교육원에서 연수를 받던 중 그의 부고를 들었다. 너무 놀라 믿기지 않는 걸음으로 서둘러 그의 장지를 찾았을 때 영건 속에서 그는 유채꽃처럼 웃고 있었다.
아…, 나는 화답할 수가 없었다. 다만 수건 속에 얼굴을 묻은 그의 아내에게 말씀 드렸다. 평소에 그는 자기의 개인 시집을 얼마나 갖고 싶어했는지, 그의 시집을 발문을 쓰던 1993년의 봄날, 그가 유채꽃 한 아름 안고 나에게 왔었다. 이제 유일하게 남은 그의 시집 한권, 손에 드니 기억의 세월이 저만큼 도사려 앉아 나를 보고 있다. 아, 착한 사람은 일찍 가는가 보다.
(위의 시는 4·3의 슬픔의 한을 노래한 그의 데뷔작이다.)
글=김용길 시인
그림=문행섭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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