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공에 / 흐르는 것은
구름이 아니다 하늘이다
들녘에 / 흔들리는 건
들풀이 아니다 바람이다

무겁게 덮쳐드는 건
침묵이 아니다
헤픈 언어 / 어릿광대의 아우성

어둠은 / 밤이라서가 아니다
갈구하는 시의 눈길
날갯짓이다

-양전형 시집
‘사랑은 소리가 나지 않는다'(1996년)에서

<지은이> 양전형(1953~) : 제주시 오라동 출생.
서울 예신대 문예창작과 졸업.
1994년 ‘문예시조’ 신인상 당선으로 등단.
‘한라산문학동인’회장 역임.
현재 제주감귤농협 근무.
시집, ‘사랑은 소리가 나지 않는다’외 다수.

‘A는 B가 아니다, C이다’식의 논법은 단정적인 명제 발상이며 의도이다.
상대적 개념의 이론적 수법은 부정의 긍정, 긍정의 부정인 교차방식을 빌려 자신의 사고를 단절시켜 놓고 있다.
구름 : 하늘→허공, 들풀 : 바람→들녘, 침묵 : 아우성→무거움을 산출해내여 자신의 시론이 어둠 속에서 ‘갈구하는 날갯짓’이라고 변명하는 것이다.
글=김용길 시인
그림=오윤선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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