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일 오후 서울 세종로 정부종합청사에서 열린 '제주4·3 진상조사보고서' 수정안 검토소위원회의 회의결과에 대한 보도가 나간 후 서울에 있는 관련 인사로 부터 갑자기 전화가 왔다.

잘 지내느냐는 안부인사를 나눌 겨를도 없이 그는 대뜸 "4·3 보고서 수정안 통과 관련 보도가 어떻게 모든 도내 신문이 약속한 듯이 틀리게 나올 수 있느냐"고 물어왔다.

회의 당시 "국방부측이 제기한 4·3 무장폭동' 주장을 수용키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는 언론 보도 내용은 전혀 사실이 아니라는 게 그 이유였다.

▲  '사실무근'의 내용들

그날  2시간 넘게 진행된 회의가 끝난 직후 회의 참관자와의 전화 취재를 통해 오후 8시께 인터넷 뉴스로 긴급하게 내용을 보도했던 필자로선 순간 뜨악했다.

그는 또 "미군 및 이승만 전 대통령 책임 문제에 대해서도 '책임소재에 있어 미군과 이승만 전 대통령보다 당시 작전지휘관에게 책임이 있다'는 국방부 차관의 주장을 받아들이기로 했다'는 내용도 전혀 사실무근이라고 밝혔다.

제주4.3사건 진상규명 및 희생자명예회복위원회(위원장 고건 국무총리)가 주최한 4.3보고서 검토소위 회의에 직접 참가했던 그는 "당시 그 같은 국방부측의 주장이 있었으나 이념 논란 우려가 있어 제외됐다"며 "국방부 등을 비롯한 보수.우익 단체의 주장은 관련 회의때 마다 늘상 있던 일"이라고 말했다.

사실 4.3과 결코 무관할 수 없는 유족과 도민들에게 '논란'과 '우려'를 줄 수 있는 이날의 보도 내용은 제주지역 일간지를 통해 일제히 보도됐다.

하지만 결과는 '어이없는 오보'로 판명이 났다.

첫 보도에 "민간위원이 제출한 수정안 그대로 통과'라는 기사를 내보냈던 필자 역시  차후 타 언론 보도를 보고 '무장폭동 논란'이라는 엉뚱한 내용을 추가했다가 큰 곤욕을 치렀다.

그 날 서울 현지에서 취재를 했던 일간지 모 기자는 "정말 어처구니가 없다. 직접 사실 확인을 거치지 않고 전해 들은게 실수였다"고 고백했다.

▲  문제는 '오보'  이후

물론 회의 내용을 함구하면서 빚어진 내용이지만 어떻게 보도 방향이 '극과 극'일 수 있는 엉뚱한 내용이 나왔는지에 대해서는 아직도 가타부타 말이 없다.

필자도 바로 인터넷 기사를 정정하고 4·3 보고서 관계자의 입을 빌어 '사실과 다르다'는 내용을 보도했지만 명백한 '오보'의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여전히 이념이 상존하는 시대에 명명백백한 선택을 강요받고 있는 상황에서 4.3에 대한 보도는 더욱 신중을 기할 수 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

그 만큼 여론 전달자에 있어서는 신경을 곤두세워야 하는 '곤욕스런'' 문제이기도 하다.

그렇다고 언론 본연의 책임과 의무가 달라지는 것은 아니다.

'중요한(?) 오보'를 냈던 언론들은 아직 이렇다할 해명없이 함구하고 있다.

'오보'의 문제는 사실 확인이 된 이후 적절한 시점에 '보도에 대한 해명'이나 '정정 보도'의 게재 유무일 것이다.

또 잘못된 보도는 '자성'과 '반성'을 통해서 더 나은 보도를 위한 '약'으로 삼을 수 있다.

그나저나 오는 23일부터 5일간 섬 땅 제주에서 열리는 남북평화축전의 개최가 55년간 짖눌려온 '레드콤플렉스'를 극복하는 계기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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