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7일 대한항공은 일방적으로 항공요금을 7월16일부터 주말 8%, 성수기 13%로 인상한다고 발표했다.

이런 발표가 나자마자 제주도는 물론 의회, 시민단체와 도민들은 즉각 반발하고 나섰고, 김태환 지사는 당선되자마자 건교부와 대한항공을 방문해 항공료 인상 재검토를 요청하고 나섰다.

그 후 한달여가 지난 6월 29일 대한항공은 이에 대응하는 액션(?)을 취해 기자회견을 갖고 ‘제주도민 항공료 10% 할인’이라는 당근을 내던졌다. 물론 기존 인상분은 제주도민을 제외한 모든 관광객에게 적용된 채 말이다.

이날 제주도 역시 대한항공의 액션에 대응, 김태환 지사가 기자간담회를 갖고 “미흡하고 만족스럽지 못하지만 제주도는 최선을 다했다”며 맞장구쳤다.

또한 김 지사는 이번 대한항공의 조치에 ‘유감’을 표시하면서도 “그동안 대한항공 조양호 사장에게 이틀에 한 번꼴로 전화를 하는 등 적극적인 조치를 취했다”며 자랑스레 얘기했다.

같이 배석했던 고용삼 관광문화국장은 “대한항공은 이제까지 도민들의 거센 반발에도 한번도 요금 인하를 해 본적이 없다”며 은근히 대한항공의 도민 10% 인하가 김 지사의 공로(?)로 이뤄진 것임을 암시했다.

하지만 대한항공의 도민 10% 할인은 그다지 새로울 것이 없을뿐더러 자신들의 ‘실속’은 챙길대로 챙기고, 도민들에게는 할인 혜택을 준다는 ‘생색’만 낸 것이다.

대한항공의 이번 조치는 지난달 인상발표에서 도민만 할인될 뿐 관광객들에게는 전혀 반영되지 않기 때문에 ‘명분’과 ‘실속’을 챙기고, ‘비난’은 교묘히 빠져나가는 묘수를 발휘했다.

사실 아시아나 항공은 작년 10월부터 도민들에게 연중 아무 때나 10%를 할인해 주고 있다. 대한항공은 그다지 효과가 없는 탄력운임제를 통해 할인혜택을 주었을 뿐이다.

대한항공은 이번 조치를 환영할 수 없는 이유는 제주도의 가장 큰 산업인 관광산업에 막대한 타격을 줄 것이 명백하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아도 가격경쟁력이 떨어져 부가가치가 높은 신혼관광객들은 해외로 눈을 돌린지 오래고, 그나마 제주도를 찾는 가족관광객들마저 다른 곳으로 빼앗길 판국이다.

이 때문에 관광업계는 초상 분위기다.

관광협회 관계자는 “항공요금은 제주에 들어오는 관광객들에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며 “아직 구체적인 지표는 나오지 않고 있지만 제주 관광에 악영향을 미칠 것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여행업계 변모씨는 “대한항공이 오늘 조치한 도민 10% 할인과 20% 탄력 할인제 유지는 뭍 나들이를 하는 도민들에게는 어느 정도 경제적 경감을 가져올 것”이라며 “하지만 여행업을 하는 우리들에게는 또 다른 횡포에 지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변모씨는 “대한항공은 흑자노선인 ‘서울-제주’노선이라도 할인혜택을 주어야 한다”며 “그렇지 않을 경우 여행업계는 대부분 고사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김태환 지사는 관광업계와 협의를 통해 인센티브를 주고, 행.재정적 지원을 통해 관광산업의 경쟁력을 높여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김 지사는 “유일한 연륙교통 수단이 바로 항공이기 때문에 특별법 개정을 통해 세금 면제 등 국가지원을 받아내고, 지역항공사 설립 문제도 의회와 협조 하에 해결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김 지사의 이런 공언에도 불구, 대다수 도민들은 대한항공의 처사에 분노를 표명하고 있고, 지난 14일 김 지사와 조양호 사장이 만나서 ‘항공요금 인상 재검토’를 한다고 밝혀놓고 결국은 경쟁항공사는 이미 시행하고 있는 10% 할인만 받았을 뿐 ‘제주도가 나서서 한 일이 무엇이냐’는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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