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라일락 시장에서 30%이상 점유율을 보이고 있는 '미스킴 라일락'이라는 식물이 있다.

이 식물의 조상은 그러나 한국에만 서식하던 물푸레나무과 꽃나무. '미스킴 라일락'은 1947년 미국인이 북한산에서 자생하는 털개회나무 씨앗을 받아간 것 중에서 육성해낸 품종 중의 하나다. 특허기간은 종료됐지만 91년까지 묘목당 9∼17달러에 한국으로 역수입돼 비싼 외화를 앗아갔다고 한다.

또 한해 동안 400만달러(약 52억원) 이상 수입되는 나리(백합)는 한국 하늘말나리와 털중나리의 교배품종. 현재 네덜란드 등 유럽에서 최고가로 팔리는 인기품목이다.

아울러 37개 미국 조경수 회사의 인기 품종으로 뿌리를 내려 우리나라로 역수입되고 있는 개나리도 1917년 미국인이 경기도 광교산에서 채집해 간 것이다.

우리나라 토착 동·식물의 조직적인 유출은 외국선교사 들에 의해 19세기부터 해외로 유출되기 시작했고 일제 치하와 해방 직후엔 미국과 옛 소련에 의해 집중적으로 반출됐다. 북한에서도 동유럽 원정팀에 의해 곤충만 250만점 이상 유출당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개나리가 왜 수입될까?

21세기는 지놈(유전체)의 세기다. 종자전쟁이 치열하다. 오래 전부터 선진국들은 자연상태에서 서식하는 동·식물은 소유권의 대상이 아니라고 주장하면서 아프리카내륙,티베트,남미 안데스, 아마존정글 등 세계 도처를 누비면서 민간요법에 쓰이는 식물과 유전자 샘플을 채취, 유용물질을 추출하여 특허를 통해 독점권을 행사해 왔다.

이제는 생물종을 환경보전의 차원이 아니라 국부(國富)유출 차원에서 새롭게 인식하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살벌한 종자전쟁 틈바구니에서 환경부가 늦었지만 지난 4월 국립생물지원관을 착공한 것은 정말 다행스런 일이다. 662억여원의 사업비가 투입되며 2007년 1월 개관된다.

인천시 서구 경서동 종합환경연구단지내 대지 2만평에 지상 4층 지하 1층 규모(연면적 8336평)로 건립되는 국립생물자원관은 전국 자연환경 조사 등을 통해 확보한 표본을 분석·연구하고 고유한 생물표본을 보존해 생물관련 학문과 산업에 대한 지원센터 역할과 국민생태교육장으로 활용한다고 한다.

우리나라 유전자원이 반복적으로 해외로 유출되고 있는 것은 몇 가지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우선 유전자원의 해외유출에 대해 무감각하다는 것을 꼽을 수 있다. 품종개발에 대한 의지에도 차이가 있다.

언젠가 미국 제약회사 머크사의 `모리스 수목원'에는 한국산 약용식물 20여종이 재배되고 있다는 보도를 접한 적이 있다. 전세계 130여개 자생종 나리 중 10%를 보유하고 있는 우리나라가 2종의 자생나리를 갖고 있는 유럽에서 나리를 수입하고 있다는 사실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 것인가.

최근 제주도가 서울시가 소유하고 있는 여미지식물원을 매입하려던 계획이 사실상 무산됐다.

김태환 제주도지사는 “지역경제 살리기에 집중하기 위해 여미지식물원 매입 예산을 올해 1회 추경예산안에 반영하지 않았고, 여미지식물원 매입을 위해 자금을 차입하거나 기채를 발행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여미지식물원은 중문관광단지내 12만400㎡내에 대온실 등 17개동 1만7397㎡의 건물이 들어서 있고, 2200여종 21만9000여그루의 각종 국내외 식물이 자라고 있으며, 희귀식물로는 솔잎란 등 보호대상식물 12종 1461그루를 비롯해 빅토리아수련 등 수생식물 5종, 잭후르트 등 열대과수 7종 등도 있다.

식물의 보고, 여미지

지난 1889년 10월 문을 연 여미지식물원은 과거 삼풍백화점 소유였으나 삼풍백화점 붕괴사고로 피해자들의 보상금을 대신 지급한 서울시에 소유권이 넘어갔다.

서울시는 1996년부터 1999년까지 6차례에 걸쳐 입찰가격을 635억원에서 571억원으로 낮춰가며 식물원 매각을 시도했으나 무산됐고, 1999년에는 미국 CGI그룹에 매각하려다 환경단체들의 반발을 사기도 했다.

여미지식물원은 여전히 서울시 소유다. 한해 120만여명의 관광객이 찾지만 자치단체 소유이기 때문에 서귀포시에 내는 세금조차 없다. 여미지식물원은 과연 우리에게 무엇인가?

여미지식물원은 가까운 장래에 반드시 매입돼야 한다. 당장의 수익성보다는 식물자원 보존기관으로서 육성책이 우선 마련돼야 한다. 그리고 식물원 운영으로 인한 수익은 식물개발과 보존을 위해 자체 재투자 될 수 있도록 운영시스템을 갖출 수 있다면 '금상첨화'다.

생물다양성 협약에 따라 자국 식물에 대한 배타적 권리가 인정되는 현실에서 우리 식물자원에 대한 체계적 정보화는 우리 권리를 주장할 수 있는 중요한 증거자료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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