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에서 나고
섬에서 자란 사람들은
바람이 말하지 않아도
섬에서 사는 법을 안다
바다 끝에 아련히 떠 있는
사람 없는 섬을 보면서
외로움 보다 기다림을 먼저 알고
저만치 바람의 기미 보이면
밭담 아래 허리 기대어
수선화처럼 꽃향기 날려보내고
…………<후  락>…………

-김수열 시집
 ‘신호등 쓰러진 길 위에서'중

<지은이> 김수열 시인(1959~  ) 제주 출생. 제주대학교 국어교육과 졸업. 1982년 <실천문학>을 통해 등단. 시집 「어디에 선들 어떠랴」외. 제주작가회의 회원, 제주민예총 회장.

섬 사람들은 기다리며 산다. 기다림이란 미래에 대한 꿈과 희망이며, 기대와 설레임이다. 오랜동안 기다리며 사는 법을 배워온 섬의 원주민들은 삶의 일터에서 밭담을 일구다가도 바람타는 섬을 향해 고래를 돌린다. <바다 끝에 아련히 떠 있는> 무인도를 보면서 꿈을 띄워 보낸다. 누군가, 띄워보낸 꿈을 한아름 되안고 오리니하며 기다려보는 것이다. 이처럼 섬 사람들의 삶의 방식은 생래적(生來的)이며 회귀적(回歸的)이다. 섬 사람들은 안다. 외로움 보다는 기다림의 삶의 더 행복한 것을.
 글=김용길 시인
 그림=오윤선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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