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성연.표선면 주민자치담당
어릴적 마을안 올레길은 우리들의 놀이터였다. 소나이(남자)애들의 구슬치기와 전쟁놀이터가 되기도 하고 여자아이들의 공기놀이터도 되곤 하였고 열여덟 소녀시절에는 친구들과 작은 꿈 이야기를 나누던 만남의 장소이기도 하였다.

간간히 뿌려지던 빗줄기가 반가운 햇빛을 선물해 주고는 저만치 물러서 준 1월의 마지막 날, 잊고 지냈던 어릴적 반가운 추억들을 마음 깊은곳에서 떠올리며 올레 초행길에 나섰다.

그동안 “배낭을 메고 아침 일찍 집에서 나서서 저녁에야 집으로 돌아온다”면서 올레 11코스를 거의 완주했다고 올래 걷기의 묘미를 늘어놓는 친구들을 보면 가끔 부러운 마음에 샘이 나곤 하였다.
나도 올래걷기를 해봐야겠다고 마음은 늘 먹어왔지만, 게으른(?)탓, 바쁘다는 이유로 시작하기가 그리 쉽지는 않았다.

또한 체중이 남들보다 조금(?) 무거운 나는 작년말부터 다리가 조금씩 아파서 걷는다든지, 뛰는다든지 하기가 조금 버거운 상태였다.

하지만 아름다운 올래코스를 직접 체험해 보고 홍보 및 관광자원화를 도모하기 위해 실시하는 올래코스 체험의 날을 운영하게 되면서 두려움반 설레임 반,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올레길에 나서게 되었다.

직원들과 함께 아침 9시에 면사무소에서 출발하여 하천리 배고픈 다리를 시작으로 올레길 걷기를 시작하였다.

하천리가 태어나 자란 고향이지만 20여년만에 걸어보는 하천리 해안길은 예전과는 전혀 다른 생소한 느낌을 주었다.

어릴적 설레임으로 가득찼던 소풍길도 이러 하였을까?
하늘은 높고 더욱 푸르게 보이고, 얼굴을 스쳐지나가는 한 자락의 바람에도 상쾌함이 실려 있고, 푸른 바다의 넉넉함은 확 트인 시원한 느낌으로 다가왔다.

돌담너머로 겨울을 나는 농작물들에서도 풍성함을 느끼고 발밑에 밟히는 이름모를 잡초 하나, 돌멩이 하나에도 새로움을 느끼게 되는, 뭐라 단정지어 표현하기 어려운 느낌과 감동이 가슴 한구석부터 밀려듬을 느낄 수 있었다.

이런 느낌에 현대 생활의 바쁜 일정속에서 찌들어 살아가는 사람들이 육지에서, 도내에서 하나 둘씩 올래길을 찾게 되는가 보다.

올레길은 느림의 미학이라고 가히 표현할 만도 하다고 여겨진다.
올레길을 걸으면서 배낭속에 넣고간 과일과 과자, 초콜릿 등을 옆의 동행과 나눠먹기도 하고 그동안 편한대화를 주고받지 못하던 직원들과도 이야기보따리를 풀기 시작하였다.

도란도란 나누는 편한 대화이야기와 힘에 부친 동료직원들의 손을 서로가 잡아 주면서 작은 소통과 나눔의 미덕을 느낄 수 있었으며 해변에 밀려든 쓰레기를 수거하면서 느끼게 되는 청정한 자연환경의 소중함은 4시간동안 이어진 올레길의 피곤함을 말끔히 씻어 주었다.

평소 바쁘다는 이유로 운동도 못하고 지내는 직원들이 많을 것이다.
이번 기회에 우리직원 모두가 올래길을 걸으며 건강과 여유로움도 챙기고, 올레주변 환경정비를 통해 청정 자연환경을 지키는 환경파수꾼이 되어 쾌적지수 으뜸 표선면이 지속되기를 바래본다.

피곤함을 억누르며 집으로 돌아와 푹 쉬고 나니 기분이 아주 좋아졌다.
다음 기회에는 사랑하는 우리가족과 함께 올레길을 걸으며 오늘 내가 느낀 상쾌함을 전해주고 싶다는 생각이 문득 떠오른다.

그동안 우리는 가까이 있는 것에 대하여는 소중함을 덜 느끼며 살았던 것은 아닐까?
우리 주변환경에 대하여 항상 관심을 가지고 청정환경을 유지하려고 노력하며 우리 아이들에게 그대로 전해주어야 하겠다.

이른아침 출근길 버스창너머로, 배낭을 메고 두세명씩 짝을 지어 올레길을 걷는 올레지기들을 자주 볼 수 있다.

올레가 제주도의 특색있는 관광자원, 걷는 이들 모두에게 편안함과 건강을 함께 챙겨주는 마음의 청량제가 되었으면 한다.

또한 모두에게 “행복과 희망의 1번지 서귀포시”를 선물하게 되기를 기대해본다.<조성연.표선면 주민자치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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