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서는 올 여름 '색채의 마술사'로 불리는 샤갈전이 열린다는 소식이다. 그의 그림은 공작처럼 색채가 현란하고, 보는 사람들을 환상의 세계로 이끌어 간다. 때를 같이 하여 제주에서는 '한라미술인협회'가 주최한 미술전과 세미나가 문예회관 제1.2전시실에서 지난 10일부터 열리고 있다.

특히 예술 세계에 있어 정보와 자극은 필수적인 것이다. 듣고 보고 접촉하는 정보에 따라 수그러들던 창작 의욕이 고개를 들기도 하고, 앞선 사람들, 노력하는 예술가들의 작업 성과와 그들의 모습을 보면서 스스로 자극을 받아 한 단계 뛰어오르게 되는 것이다.

특히 제주 같은 변방인 섬에서는 이런 정보와 자극은 무엇보다 필요하다 하겠다.

그런데 이제까지 제주는 이런 활동이 거의 없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거의 매일 만나듯 하며, 올라가기 전에는 "내가 가서 자리를 잡으면 정보도 주고, 이끌어주마"하고 철썩 같이 약속을 하고도 일단 올라가고 나면 내가 언제 그랬느냐 싶게 남남이 되는 것이 그 동안 예술계의 인심이었다. 어떤 경우 고향에 있는 동료나 후배에게 라이벌 의식을 가지고 더러 상대를 꺾는 작업이나 해온 것이나 아닌지 돌아볼 일이다.

그런데 이번 재경 제주 출신 미술가들로 조직된 한라미술인협회(회장 김영호 교수)가 그동안 두 개로 쪼개져 있던 제주미술인협회와 탐라미술인협회까지 아우르며 전시회를 열고, 더구나 그 첫날에 '한국 화단 속의 제주 미술'이라는 주제로 세미나를 열어 제주 미술의 성격을 규명하고, 현주소를 확인하게 했다. 이로써 제주 미술은 앞으로 지향할 바를 정립했다할 것이다.

더구나 이번 행사의 의미는 서울 등 육지와 제주 사이 바다만큼이나 벌어진 사이를 아주 좁혀줬다는 것이다. 그것은 어쨌든 먼저 눈을 뜬 미술가들이 지역에 머물러 있는 선배나 후배, 혹은 동료들에게 손을 내밀어 끌어당겨 함께 보조를 맞추자는 열린 사고의 산물임이 분명하다.

우선 이런 앞선 생각을 할 수 있고, 그것을 행동으로 옮길 수 있었던 선각들에게 박
수와 찬사를 보낸다.

둘째 그들은 세미나를 통해 이제까지 시도 때도 없이 불어오는 바람을 재해라고만 여겨왔는데, 이 풍재(風災)를 하나의 문화로 정착시켜 놓은 점이다. 세미나에서 한 주제 발표자는 "바람은 제주의 상징이며, 신화는 그 바람이 만들어낸 문화"라고 규정한 것이다. 이 역시 열린 사고가 승화시켜 낸 한 단계 점프라 할 것이다. 예술이 무엇인가. 그것은 바로 현실을 뛰어넘는 작업이다. 그런 의미에서 제주의 그림을 "바람에 의해 형성된 문화적 결정"이라는 의해도 돋보인다.

이 시점에서 미술계뿐만 아니라 제주의 예술 모든 분야가 현재의 자리에서 지나온 과거를 되돌아보고 파행이 없었는가 스스로 각성해야 한다. 그리고 앞으로 나아갈 바 이정표를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

제주의 예술이 이제 모든 분야에서 어느덧 반세기가 지나가고 있다. 무릇 모든 것들이 준비 기간 없이 이뤄질 수 없으며, 장미나 백합도 거름 없이 피어날 수는 없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한라미술인협회의 제주 전시와 세미나는 칭찬을 받아 마땅하다. 제주의 작가들은 이번 전시를 관람하며 서울에 간 동료들이 얼마나 피나는 노력으로 앞선 작업을 이뤄놓았는지 깨닫고, 그들이 낯선 땅에서 해온 작업을 자기 것으로 내면화하는 기회가 돼야 할 것이다.

그것이 상호 보완하며, 이끌어 주고 밀어주며 보다 큰 것을 성취하는 지름길일 것이다.

저작권자 © 제주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