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사 공무원 된 홍성선씨.
납세자들이 세금을 바라보는 공평성 정도, 세제 이해도, 행정서비스 만족도가 납세의지를 좌우한다는 이색적인 연구결과가 나왔다.

세제를 부과 편의 위주가 아닌, 납세자들의 입장에서 바라봐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위해 성실 납세자들의 납부 의지를 고양시킬 수 있는 인센티브 제도 마련이 그 대안으로 제시됐다.   

제주시청 세무1과 7급 공무원인 홍성선씨(47)는 최근 심의를 통과한 제주대학교 회계학과 경영학 박사학위 논문 '부동산관련 지방세 납세의식 영향요인이 납세의지에 미치는 영향'을 통해 풍부한 세무 실무 경험을 바탕으로 자치단체마다 골머리를 앓고있는 지방세 징수율을 높이기 위한 현실적인 해법을 내놓았다.

30년가까이 세무행정의 외길을 걸어온 홍 씨는 오는 20일 제주대 학여수여식에서 경영학 박사학위를 받는다.

1981년 고용직으로 공직에 들어와 1990년도 기능직이 됐다. 이후 2001년 세무행정직 전환 시험을 패스해 9급 세무공무원으로 새출발했다.

기능직 당시 부터 '세무박사' 통했던 그는 이번 진짜 박사가 된 셈이다.

제주농업고등학교(현 제주관광산업고)를 나온 홍씨는 공무원이 돼서야 대학공부를 하기 시작해 학사→석사→박사학위를 따낸 입지전적인 인물이다. 석사를 따낸 이후부턴 대학에서 강의도 해 '홍교수님'으로 불려왔다.

홍씨가 이 논문에서 주목한 것은 '발상의 전환'. '세금은 납세자들이 당연히 내야할 몫'이라고만 보면 해답이 없다는 게 요지다. 국가나 자치단체의 입장에서 보면 세금이 안정적인 재원 확보 수단이지만, 납세자 측면에선 일방적으로 일부 재산권이 국가나 자치단체로 이전되기 때문에 조세에 대해 부정적인 생각을 갖기 마련이라는 데서 연구는 출발했다.    

그는 이 연구를 위해 2007~2008년 수도권과 광주, 대구, 강원, 제주 등 전국 10개 시.도 여러 직군의 세금 납부 경험자 713명을 대상으로 의식조사를 벌였다. 우편발송 및 직접 조사방법을 병행했다. 처음엔 2000여명을 대상으로 조사했으나 답변의 성실성을 기준으로 표본을 크게 압축했다.

홍 씨가 납세의지 측정 변수로 삼은 요인은 다섯가지. ▲부동산지방세 공평성 인지도 ▲지방세제 이해 ▲복잡성 ▲체납처분 강도 인식 ▲지방세행정 서비스 만족도.

그 결과 응답자들의 공평성 인지도와 지방세 이해, 행정서비스 만족도가 납세의지와 정비례한다는 결론을 얻었다. 즉, 납세자들이 부동산 관련 지방세가 공평하다고 느끼면 느낄수록, 지방세제에 대한 이해가 높으면 높을수록, 행정서비스 만족도가 크면 클수록 납세의지가 높다는 얘기다.

홍 씨는 이 다섯가지 요인을 분석하기 위해 독립변수에다 회귀계수.표준화계수를 대입시켜 유의확률을 얻는 다중 회귀분석 기법을 적용했다.

그러나 체납처분 강도인식이나 세제의 복잡성 항목에서 유효한 결론을 얻지 못한 점은 "후속연구가 필요하다"며 “한계였다”고 홍씨는 고백했다.

그는 "국세는 더러 있지만, 지방세는 유사한 선행 연구 사례가 거의 없어 연구에 애를 먹었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홍 씨는 이번 연구 결과를 토대로 지방세 행정에서 과감한 인식전환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지방세 과세표준결정 과정의 객관성을 기본으로 성실납부자에 대한 공제 등을 통해 불성실납부자와의 차별화가 모색돼야 하고, 지방세제의 이해를 돕기위한 다각적인 홍보방안이 필요할 뿐 아니라 납세편의를 강화하기 위한 시책이 개발돼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는 특히 성실납세자에 대한 우대를 제도적으로 보장하기 위해 가칭 '납세자편의 지원을 위한 법률' 제정을 제안했다.

제주 공직사회에서 '입지전적인 세무박사'로 통하는 홍씨는 "부동산 관련 지방세에 대한 납세자들의 납세 의지는 사회상황, 그리고 심리적 상황에 따라서 이해집단별로 서로 이율배반적, 아전인수격의 인식을 가질 수 있기 때문에 도덕적으로나 철학적으로 다수가 동의하는 부동산관련 지방세제 운용은 결과적으로 지방정부의 커다란 편익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설사 지방세제상의 문제점이 있다고 해도 감추는게 능사가 아니"라며 "납세자 실익 측면에서 개선점을 적극 찾아낸다면 장기적으로는 더 큰 세금 징수 효과가 있을 뿐더러 세무행정도 진일보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제주투데이>

<고상철 기자 / 저작권자ⓒ제주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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