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엔 병들어 죽은 광어가 시중에 유통됐단다. 불량 만두 파동으로 놀란 가슴이 채 가라앉지도 않았는데 이러한 사건으로 인한 충격은 쉬 식지 않을 듯 하다.

제주해경이 12일까지 밝혀낸 폐사 광어(넙치) 유통량만도 총 40t. 해경은 폐사 광어는 양식장에서 D가공공장으로 모두 210t 가량이 흘러들어 갔고 이 가운데 40여 t이 가공돼 서울 지역에 유통됐다고 밝혔다.

폐사 광어가 유통된 곳은 서울 특급호텔, 백화점, 서울 여의도 63빌딩 등 8곳이다. 해경 일각에서는 폐사 광어가 거리에서 차량으로 직접 소비자에게 팔리기도 했다는 혐의점도 있다며 폐사 광어가 불특정 다수에게 소비됐다고 설명했다.

해경이 처음 폐사 광어를 수사하면서 당초 16t의 폐사 광어가 유통된 것으로 파악했으나 정작 가공업체 등에 대한 압수수색한 결과 두 배가 훨씬 넘은 양이 유통된 것이다.

해경은 판매처 등을 중심으로 수사 확대가 불가피하다고 밝히고 있어 '불량 광어' 사태는 '현재 진행형'이다.

최근 사태가 심각해지자 제주도해수어류양식조합은 죽은 광어들을 모두 수거해 안전하게 처리하겠다고 밝히며 진화에 나섰다.
 
제주도 등 관계당국도 마찬가지다. 단기적으로 폐사 광어를 비료공장 등에서 유기질 비료로 만드는데 원료로 사용하겠다는 방안을 잇따라 제시했다.

그러나 정작 식품 위생을 바라보는 소비자들의 사늘한 시선은 달라지지 않는다. 말 그대로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는 것이다. 되레 이러한 지적마저 식상해저 버렸다는 게 한 소비자의 푸념이다.

그래서 폐사 넙치를 먹더라도 인체에 해가 되지 않는다는 일각의 논리는 말이 되지 않는다. 식품에 관한한 엄격한 논리를 적용해야만이 제2, 제3의 폐사 넙치 사건이 발생하지 않을 것이다.

또 이번 사태로 인해 잃어버린 게 있다. 그것이 제주의 청정 이미지다. 이번 일로 인한 어류판매 업계의 경제적 타격이다.

돼지고기 일본 수출이 재개되고 얼마 되지 않아서 일본이 제주산 돼지고기 수입 중단 통보했던 사건이 있었다. 다행히 오해는 풀려 돼지고기 일본 수출은 재개됐다. 그러나 이같은 오해가 발생한데는 불량 만두를 돼지에게 먹여도 될 것이라는 신중치 못한 생각에서 비롯됐다.

폐사 넙치가 유통되고 있다는 사실은 그동안 양식 업계에서는 공공연한 일이었고 언론을 통해 이같은 사실이 폭로돼 경각심이 높아져 왔다.

따라서 폐사 넙치 유통 파동도 공무원 사회 일각의 안일하고 신중치 못한 행정에서 비롯돼 일을 키운 탓이라는 지적이다. 지난 돼지고기 일본 수출 중단 통보와 관련 행정은 언론 탓을 돌리며 책임을 회피하려 했지만 이번엔 그야말로 딱 걸린 셈이다.

이제 어찌 할 것인가. 행정의 수장 이하 여러 관계 공무원들이 광어회를 시식하며 '제주 광어 괜찮아요'라고 외치면 문제가 해결될 것인가.

그렇지 않다. 무너진 청정 이미지와 어류판매 업계의 피해는 다시 일꾸어 내겠다는 다짐으로 기초부터 다시 시작하는 게 낫다. 그러면 양식 업계도 언론도, 도민도 모두다 한마음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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