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보고서와 부검감정서 '제각각'

제주경찰서가 ‘추락사’로 규정한 중학교 축구 선수 최현규군의 사망사건과 관련, 담당 기관의 수사과정에 많은 문제점들이 지적되고 있다.

정보공개 청구에 의해 밝혀진 바에 따르면 수사보고서와 부검 감정서가 판이하게 다른 것으로 나타났고 X-ray 판독 결과마저도 신뢰성이 크게 결여된 것으로 드러났다.

▲ 제주경찰서가 부검 후 유족측과 부검인 간에 이루어진 면담을 기록한 수사보고서.
특히 사건 당시 최군의 사체에서 묻어나온 시멘트 먼지가루와 페인트 자국은 경찰이 추락한 지점으로 주장한 모텔 옥상 부근에서는 발견되지 않았고 지하 주차장에서 유사 흔적들이 발견돼 '부실수사'가 도마위에 오르고 있다.

제주 경찰서 부검관련 수사보고서에 의하면 (담당경찰, 가족 입회하에 작성) 부검인은 부검 후 "외상은 거의 없으나 척추뼈가 전부 골절이 돼있고 심장,폐,간,비장 등 거의 모든 내장이 파열돼 있다"며 "엉덩이 부위부터 땅에 떨어지고 그 다음 등부위가 땅에 닿은 것으로 추정돼 엉덩이 부위가 손상이 심하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부검 감정서에는 "추락사에 의한 전신 다발성 외상 중 인체의 후면에 편중돼 형성된 다발성 외상에 의한 심장,폐,비장의 파열과 이로 인한 흉복강 내 대량 출혈등이 치명적인 사망원인이다"고 명시하고 있으나 "척추,늑골,둔부 등의 골절은 없다"고 설명하고 있어 부검 감정서가 부검 후 작성된 수사보고서와 판이하게 다른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부검인은 이와 관련,“나는 부검관련 수사보고서를 보지도 듣지도 못했기 때문에 알지 못한다”며 그 당시 그와같은 설명을 했었는지 여부와 관련해서는 명확한 답변을 하지 않았다.

또한 담당 형사 반장은 “수사보고서에서 추락으로 인해 엉덩이뼈와 척추뼈가 골절됐다고 한것은 부검인이 부검후 그렇게 말해 수사 보고에 기록한 것 일뿐 수사 결과 발표에는 기록하지 않았다”고 말해 논란의 소지를 제공했다. 

“X-ray , 방사선과 전문의 소견 제각각”

X-ray 사진을 두고도 최군의 부모와 경찰사이의 공방이 가열되고 있다.

제주경찰서가 제주 모 방사선과에서 판독받은 내용과 현규군의 부친 최상웅씨가 받은 판독내용이 다르기 때문.

제주경찰서 담당 형사반장은 “그 사건은 부검인의 부검 결과를 전적으로 믿고 추락사로 초점을 맞춰 수사한 것”이라며 “X-ray 도 제주 모 방사선과의 판독결과 추락사와 부합된다”고 말했다.

지난 2월경 제주 모 방사선과에서는 제주 경찰서의 의뢰에 따라 "8번째 늑골이 골절됐으며 요추 1번 좌.우 횡돌돌기, 요추 2번의 우측 횡행돌기, 요추 3번의 좌측 횡행 돌기의 골절이 강력히 의심된다"고 X-ray 판독결과를 냈었다.

이는 '늑골 골절없음'을 명시한 부검 감정서와 또다른 내용이다.

경기도 모 방사선과 전문의는 “X-ray 사진 상으로는 늑골의 골절을 발견할 수 없었고 요추의 횡돌돌기 골절의 경우도 허리와 배를 전체적으로 찍은 이 사진으로는 판독하기 매우 어려운데 어떻게 골절된 부분을 찾아 냈는지 의문스럽다”며 “나는 방사선과 전문의라면 일반적으로 볼 수 있는 정확한 소견만을 설명하는 것이다”고 말했다.

제주 모 방사선과 원장은 이와 관련, “몇달 전 일이기 때문에 잘 기억나지 않지만 골절됐기 때문에 골절됐다고 하지 않았겠나. 그 X-ray 사진을 다시 보고 싶다”며 “형사들이 찾아와 판독을 의뢰한 사실은 있으나 구두로 설명을 한 것을 형사들이 받아 적은 것인지 판독서를 발급했는지 기억이 잘나지 않는다”라고 말해 서류상 남아 있는 판독서 마저도 부인하는 듯한 반응을 보였다.
 
부검 감정서를 토대로 최군의 사망원인은 다발성 외상에 의한 내장의 파열로 인해 흉복강 내 대량 출혈등이 직접적인 원인임을 파악할 수 있으나 추락사에 비해 뚜렷한 외상이 없다는 점이 의문이다.

최군의 사체 부검인은 “추락사한 경우 늑골이나 척추뼈 등의 골절없이도 내장이 파열돼 사망할 수 있다.”며 “또한 떨어질 때 머리를 감싸거나 하면 두개골이 파열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사체발견 당시 촬영된 최군의 사진에서는 두개골 미파열의 원인을 찾을 수가 없었다.

경기도 모 방사선과 전문의는 “X-ray 사진을 살펴본 결과 혈흉이 생길 정도면 늑골이 골절되는게 보통이고 17.6m에서 뒤로 떨어졌다면 두개골도 손상되기 마련인데 늑골이나 두개골의 이상을 발견할 수 없다”며 “추락사에서 발견되는 척추뼈에 압박골절마저도 없어 X-ray 사진만을 놓고 보면 추락사로 보기 매우 어렵다”라고 부검 결과에 강한 의구심을 표출했다.

그는 또 “목과 종격동에 이상 공기가 다량 발견되는데 목이 단순하게 졸린 것이 아니라 목부분에 심한 충격을 받아 사망에 이른 것으로 추정된다”며 “X-ray 만으로도 추락사와 맞지 않는 많은 의문점이 발견되는데 명확한 부검결과가 절실히 요구된다”고 덧붙였다.  

“사체에 묻은 시멘트 먼지가루와 페인트 지하 주차장에서 발견돼.”

▲ 좌)건물 옥상. (중앙)지하 주차장.(우)지하 주차장.최상웅씨는 이곳에서 발견된 페인트가 최군의 사체 발바닥에 묻은 페인트와 동일한 것으로 보고 있다.그러나 사진 촬영 이틀후 바닥에 떨어진 페인트는 사라졌다.
한편 사건 발생 당시 최군의 사체에 묻은 원인 모를 시멘트 먼지가루와 발바닥에 묻은 흰색 페인트는 추락사 자체를 의심케하는 또다른 요인이 되고 있다.

최초 발견당시 최군에 사체 구석구석에 묻은 시멘트 먼지 가루가 경찰이 지목한 추락지점인 옥상에서는 전혀 발견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최 씨는 "현규의 온몸에 시멘트 먼지가루가 묻어있었는데 옥상에는 전혀 그런 물질이 발견되지 않았고 오랫동안 사용하지 않은 그 건물 지하 주차장에서 그런 시멘트 먼지가루를 발견할 수 있었다”며 “지하에서 사람 발자국이나 사람이 누워있었던 흔적들을 볼수 있었다. 분명 지하주차장에서 구타당하다 사망한 후 옮겨졌을 것이다.”고 주장했다.

최 씨는 또한 “현규의 발바닥에 묻은 흰색 페인트도 옥상에는 전혀 발견되지 않았고 지하 주차장에서 발견됐다”고 설명한 뒤 “유성 페인트는 굳으면 몸에 묻을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경찰은 옥상에서 체취한 굳어서 떨어져 나간 페인트 조각을 현규에 몸에 묻은 페인트라고 수사결과를 냈다.”며 담당 경찰서의 허술한 수사를 비난했다.

그러나 담당 형사반장은 “옥상에서 체취한 페인트 조각이 현규의 발바닥에서 체취한 것과 동일 성분이라고만 했을 뿐 그 조각에서 묻었다고 단정짓지는 않았다.”며 부실수사의 헛점을 여실히 드러냈다.

담당 형사반장은 이어 “지하주차장에서 구타 당한 후 사망했다면 사체를 옮기기 위해 사체 발견장소까지 건물을 돌아서 나와야 하는데 어떻게 한사람도 보지 않았겠느냐”며 최 씨의 주장을 일축했다. 

“옥상에 벽돌 뒤늦게 옮겨진 것이다.”

▲ 경찰은 최군이 이곳 모텔 옥상에서 추락한 것으로 보고 있다.
최 씨는 또한 “경찰이 현규가 옥상에 벽돌을 밟고 올라가 아래로 떨어졌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사건 발생당시 출동한 파출소 경찰은 유품을 확인하기 위해 옥상에 올라갔지만 아무것도 없었다는 말을 했다”고 의문점을 제기했다.

그는 “벽돌이 사고 3주전 모텔 주인에 의해 그곳에 옮겨졌다고 하는데 그 당시는 장마 기간이었기 때문에 벽돌을 들면 자국이 남기 마련이다. 기상청 확인 결과 현규가 사망한 22일 전 몇일 동안 많은 양의 비가 내렸다.”며 “그러나 벽돌을 들어보았지만 아무런 자국이 남지 않았고 이는 현규의 사체가 발견된 후 누군가가 사건을 조작하기 위해 벽돌을 옮긴 것이 분명하다.”고 주장했다.

최 씨는 “수사 결과가 한 가지라도 추락사에 부합된다면 포기하겠지만 모두 의문 투성이”라며 “경찰의 주장대로 만일 누군가에게 폭행을 당하다 그를 피하기 위해 추락한 것이 사실이라 할지라도 누가 폭행을 자행했는지 밝혀내야 할 것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담당 형사반장은 “누가 폭행을 했는지 하는 부분을 밝혀내지 못한 것이 부모에게 미안하지만 우리는 이 사건을 그 어떤 사건보다 심혈을 기울여 수사했다.”고 주장했다.

[기사제휴=김희원 기자 http://www.thewebtime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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