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에는 우리 몸 속의 오장육부가 다 들어있다고 한다. 발 마사지만 잠깐 받아도 온 몸의 피로가 싹 가시는 듯한 느낌이 드는 것도 이 때문일 것이다. 뿐만 아니라 발은 우리 몸을 지탱하는 버팀목으로 가장 중요한 신체 부위 중 하나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러한 중요성에 비해 평소 발 건강에 신경쓰는 사람은 많지 않은 듯하다. 여름철만 되면 네일숍에서 패티큐어로 발톱에 공을 들이는 여성들도 자세히 보면 발가락 사이사이에 티눈 또는 굳은살이 있거나 무좀균이 자라고 있는 경우가 많다. 특히 무좀은 대부분의 여성들이 창피하다는 생각에 병원도 잘 찾지 않는다. 그러다보니 치료를 위해 병원을 찾는 여성들은 대부분 심각한 상태에까지 이른 사람들이다.

발에 생기는 피부 질환 중 무좀과 사마귀는 곰팡이균과 바이러스에 의해 유발되므로 초기에 제대로 치료하지 않으면 주변 발가락뿐 아니라 심지어는 발을 만지게 되는 손으로까지 균이 전이될 수 있다. 무좀의 경우 무좀균이 완전히 사라진 새 발톱이 나오기까지 대략 6개월 정도가 소요되므로 여름철 맨발로 샌들을 신고 싶다면 지금부터 치료를 시작해야 한다.

사정이 이런데도 최근 발표된 한 조사를 보니 의약품이 아닌 일반 발 관리 제품으로 무좀을 치료하는 여성이 38%나 되고, 무좀 치료에 1~3일 정도의 시간만 투자한다는 여성도 무려 37.7%에 이른다고 한다. 무좀을 너무 가볍게 생각하는 것은 아닌지 우려가 되는 대목이다. 본원을 찾는 여성 무좀 환자들은 대개 상태가 심각한 경우가 많은데 적어도 6개월 정도는 굳게 마음을 먹고 치료해야 한다고 설명하면 대부분 놀란 표정들을 짓는다.

이처럼 치료 기간이 오래 걸리는 질환은 비단 무좀뿐만이 아니다. 발톱이 살을 파고드는 내향성 발톱은 '골드스팡'이라는 금반지 모양의 도구를 이용해 발톱이 파고들지 않도록 교정하는 치료를 하는데 이 역시 새 발톱이 자라날 때까지 기다려야 하므로 최소 몇 개월은 소요된다. 티눈이나 굳은살도 외과적 수술 대신 일상생활에 지장이 없는 치료를 선택할 경우 1주일에 한 번씩 3~4회 정도, 그리고 나서는 한 달에 한 번 정도씩 치료를 받아야 완전히 제거할 수 있다.

이렇듯 치료에 오랜 시간이 걸리는 발 관련 질환들이라도 평소에 몇 가지 습관만 잘 들이면 충분히 예방이 가능하다. 다음 몇 가지 사항은 꾸준히 지키는 습관을 가져보자.

첫째, 항상 발의 청결을 유지한다. 발을 씻을 때는 미지근한 물에 씻고, 비누 거품을 내 발가락 사이사이까지 깨끗이 닦아준 후 마른 수건으로 꼼꼼히 물기를 제거한다. 각질과 굳은살이 심하다고 해서 젖은 상태에서 각질을 밀어주면 피부에 자극이 될 수 있으니 각질 제거는 발이 완전히 마른 상태에서 한다.

둘째, 부츠는 자주 갈아 신고 외출 후에는 통풍이 잘 되는 곳에서 말린다. 부츠를 신고 출근을 했다면 사무실에서는 편한 슬리퍼로 갈아신는 것이 좋고 같은 신발을 계속 신기보다는 2~3켤레의 신발을 번갈아 신는 것이 좋다.

셋째, 발을 조이는 하이힐이나 구두를 계속 신어야 하는 상황이라면 가급적 운동화 등 편한 신발과 함께 번갈아 신는다. 굳은살이나 티눈은 병원에서 치료를 했다 하더라도 동일한 부위에 또다시 압박이 가해지면 언제라도 재발할 수 있으니 말이다.

연초에 발표된 각종 경제지표 등을 보니 올해는 그 어느 해보다 더 바쁘게 뛰어야 할 해가 될 듯 싶다. 늘 가장 많은 혹사를 당하면서도 가장 든든한 버팀목이 돼주는 발, 굳이 한여름의 예쁜 노출을 위해서가 아니더라도 올해는 조금씩만 더 관심을 기울여보자. /홍남수 듀오피부과 원장 (피부과전문의·의학박사)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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