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른 울음으로 가을을 끌고 온다
떡갈나무 숲바람 툭툭 치는 곁가지 끝
밤 새워 실톱 하나로 내 꿈을 가르더니
어디서 음파 띄워 내가 지금 감지하나
귀뚜라미 한 마리가 붙잡은 새벽 하늘
늦별이 불빛 거두며 낮은 대로 살자 한다.

-홍성운 시집
 ‘숨은 꽃을 찾아서' 에서


<지은이> 홍성운 시인(1959~  ) 애월읍 봉성 출생. 공주사범댕학 불어교육과 졸업. 1995년 서울신문 신춘문예 시조 당선으로 등단. 시집 「숨은 꽃을 찾아서」. 현재 오현고등학교 교사.

홍성운 시인의 서정적 시세계는 너무 여리하다.
모순 형용의 감각적 표현은 가슴을 떨리게 한다.
<마른 울음>으로 직감시키는 가을도 그렇고, <실톱 하나로> 꿈을 가르는 상상력은 새로운 시의 묘미를 일으키게 하고 있다.
<귀뚜라미 한 마리>가 새벽 하늘을 붙드는 시각, 시적화자의 생존의 몸짓은 참으로 겸손하다. 풀어지는 정서의 흐름에 공감의 때가 묻어있음인가. 아직 가을은 멀었는데도 마당가 어느 풀잎 틈에서 귀뚜라미 소리가 들리는 듯 하다.


 글=김용길 시인
 그림=허미자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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