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임기환.제주양돈축협지부장.
정부는 2일 런던에서 열리는 통상장관 회담을 열어 한-유럽연합(EU) 자유무역협정(FTA)을 최종 타결하고, 오는 5월 가서명과 하반기 정식서명 등의 절차를 걸쳐 내년 상반기에 발효시킨다는 계획이다.

한미 FTA 이은 한-EU FTA 연쇄 타결로 돼지고기와 낙농품, 감귤, 맥주보리 등 제주농업의 위기감이 갈수록 확산되고 있다.

돼지고기는 품목에 따라 5~10년에 걸쳐 관세를 없애기로 했다고 한다. 그러나 유럽연합은 가격, 품질, 생산성면에서 한국보다 월등한 경쟁력을 지닌 양돈강국이다. 전세계 생산량의 30%와 국내 수입량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으며, 향후 환율안정과 관세철폐 시 국내양돈산업에 직격탄이 될 것이다.

낙농품의 경우 치즈는 15년, 단백질과 지방을 뺀 우유인 유장은 10년에 걸쳐 관세를 없애기로 하였으나, 탈지분유와 전지분유를 포함해 수입되는 양의 상당부분을 관세가 전혀 없는 저율관세할당(TRQ) 물량으로 제공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해당 업계에 따르면 이미 한미 FTA 협상에서 무관세할당(TRQ)물량을 과다하게 내 준 상황에서 또다시 한-EU FTA에서 무관세물량을 내 줌으로써 10년이상 관세철폐는 사실상 의미가 없으며, 수입물량의 대부분이 무관세물량으로 대체되어 연간 1,028억원에 달하는 막대한 피해가 예상된다고 한다.

발렌시아오렌지로 유명한 스페인과 유기농법과 생산이력제 등 철저한 관리로 정평이 나있는 이탈리아는 오렌지 주산지이며, 1년 내내 과일 수확이 가능한 과일 강국이다. 오렌지는 한미 FTA와 같은 수준으로 노지감귤 출하시기 9월부터 이듬해 2월까지 현행관세 50%를 유지하고, 나머지 기간 동안은 저율관세를 단계적으로 없애는 계절관세를 도입한다고 한다.

그러나 노지감귤 비출하기인 3월부터 5월까지 주로 생산되는 월동온주, 한라봉, 천혜향 등 만감류는 직격탄을 피할 수 없으며, 높은 저장성으로 인해 노지감귤 역시 피해가 예상된다. 더욱 안타까운 것은 고품질 연중생산체계 확립이라는 지자체와 정부 정책에 적극 조응했던 선도농가들의 피해가 더 클 것이라는 것이다.

지난해 수매량이 1만 톤을 넘어서 증가추세인 제주산 맥주보리 피해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유럽연합의 보리(맥아)의 수입가격은 국내산의 절반수준으로 무관세할당(TRQ)을 내주거나, 관세철폐 시 맥주보리 생산농가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특히, 맥아의 경우 맥주보리보다 가공도가 높고, 품질이 우수해 국내 맥주회사들이 농가와의 계약재배보다 독일이나 프랑스산을 선호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FTA 위기는 농업분야로 끝나지 않는다. 취약한 제조업과 자본(개발이익) 역외유출이라는 잘못된 경제구조에서 농업은 제주경제의 버팀목역할을 해왔다. 제주농업의 위기는 제주경제의, 도민공동체의 위기로 확대될 것이다. <임기환.전국축협노조 제주양돈축협지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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