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가 1940~50년대까지의 폐쇄성에서 벗어나면서, 더구나 최근 국제자유도시를 표방하면서 제주는 외래 문물과 심지어 식물들까지 심한 혼돈을 겪고 있다. 우리 속담에 "들어온 돌이 박힌 돌을 빼낸다"는 말을 실감하는 요즘이다.

최근 한 식물학자의 조사 연구에 따르면 제주에는 70~80 연대에 무수한 외래 식물이 들어와 귀화식물이 됐다는 보고가 있었다. 그에 따르면 이런 식물들은 "해안을 중심으로 중산간지역까지 모든 종들은 분포 지역이 확대되고 있어 자연 생태계 교란의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가 없다"고 밝히고 있다.

그는 "제주도 생태계에서 환경적 문제를 일으킬 가능성이 많은 (위해식물인)개민들레, 애기수영, 돼지풀, 비름속, 달맞이꽃속에 관한 귀화식물의 분포 식생에 관한 연구는 반드시 수행해야 할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이런 식물들은 도대체 어떤 과정을 통해서 들어왔는가. 더러는 돼지 먹이나 소의 사료에 섞여 들어온 것으로 밝혀졌으며, 극히 일부는 조류를 타고 온 것들도 있는 것 같다고 했다.

그러나 이런 상황을 걱정하는 기자에게 그는 "아무 대책도 없다"고 대답했다.

이것은 식물에 한한 경우지만, 제주섬이 완전 개방되면서 이밖에 사람과, 문화와, 정신들까지 밀려 들어와 이제 제주에 정통성이라고는 찾아보기 어렵게 됐다.

1960년대까지도 제주는 폐쇄적이어서 외지 사람들이 와서 살기에 어렵다고 알려져 있었다. 그러나 꼭 그렇지만은 않은 것은, 6.25사변에 피난민으로 왔던 사람들이 불과 1대 동안에 이룩한 부를 보거나, 제주로 귀화한 사람이 당대에 국회의원에 당선한 예를 봐도 그렇다.

제주는 그 동안 자체의 정신에 대해 여러 학자들이 많은 의견 제시가 있었다. 시기적으로 보면 아마 도둑도, 거지도 없으니 대문조차 필요가 없다는 '삼무정신(三無精神)'으로부터, 근검, 절약을 근간으로 한 '조냥정신', 제주대학 교수들이 연구 끝에 내놓은 '자강(自彊) 불패(不敗)의 정신'과 가장 최근에 발표된 '해양정신' 등이 그것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것들은 아직도 어느 것이 진짜 '제주인의 정신'인지 충분한 토의조차 이뤄지지 않은 채 엄청난 '국제자유도시'의 해일에 뒤덮여버린 꼴이 됐다.

그런데 문제는 '국제자유도시'라는 거창한 이름의 정체가 도대체 무엇인지 우리는 확인하지 못한 것이다. 그들이 내세우고 있는 자유무역 지역, 생태 신화 역사공원, 휴양 주거단지, 첨단과학기술단지, 서귀포 관광 미항, 쇼핑 아울렛, 중문 관광단지 확충 등 7대 선도 프로젝트 같은 주먹구구식인 것으로 국제자유도시의 정체를 확인하기는 어렵다.

이미 쇼핑 아울렛 같은 경우는 현지 중소 상인들로부터 격렬한 저지에 직면한 적이 있으며 '생태 신화 역사공원'만 해도 주먹구구로 시작했다는 것을 박물관 내용을 아는 사람들은 깨닫게 된다. 생태나, 신화, 역사 하나만 가지고도 벅찬 주제인데, 그것들을 한데 두루뭉수리로 몰아 넣어서 어떻게 특색을 살리겠다는 말인가. 첨단 과학기술 단지만 해도 우리 의지만으로 될 수 있는 일은 아니지 않을까.

이 시점에서 우리는 이제까지 과정을 면밀히 점검하고, 이로운 것과 해로운 것, 받아드릴 것과 뽑아버릴 것을 분명히 가려내야 한다. 그래서 잡초는 뽑아내고, 섬의 주인인 도민을 위한, 도민을 살릴 프로젝트를 다시 짜지 않으면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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