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봄꽃 축제가 열린 제주시 시민복지타운. 강택상 시장은 이 일대를 '사계절 꽃밭'으로 조성하겠다고 밝혀 논란이 일고 있다.
봄꽃축제가 열린 제주시 시민복지타운에 앞으로도 꽃씨를 뿌리겠다는 강택상 제주시장의 발언을 놓고 뒷말이 무성하다.

"행정이 한치 앞도 내다보지 못한다"거나 "거액을 들여 조성한 공간을 또다시 엉뚱하게 쓰려한다"는 지적이 그것이다.

8일 제주시청 기자실을 찾은 강 시장은 이날 폐막하는 벚꽃.유채꽃잔치에 많은 인파가 모인 것에 고무된 듯 전혀 예상치못한 구상을 내놓았다.

시민복지타운에 사계절 꽃밭을 조성하겠다는게 구상의 요지다.

강 시장은 "시민복지타운 일대 15만4700㎡에 파종된 유채꽃이 장관을 이뤄 시민과 관광객들을 사로잡고 있다. 이곳은 평상시에도 가족나들이와 건강매니아들의 조깅장소로 애용되고 있는 만큼 시민복지타운을 시민과 관광객들을 위한 공간으로 활용하겠다"고 말했다.

이런 구상을 하기까기 꽤 고심을 했는지 그는 한발 더 나아가 "총 18개 구역별로 봄에는 유채꽃, 가을에는 코스모스와 해바라기, 겨울에는 메밀꽃을 심어 사계절 꽃이피는 명소로 가꾸겠다"고 구체적인 설명을 곁들였다.

드넓은 벌판을 노랗게 물들인 유채꽃에 매료된 강 시장에겐 참신한 생각일지 모르지만, 한가지 중대한 문제를 놓쳤다는 지적이 일고있다. 

시민복지타운이 들어선 부지에는 애초 '중앙공원'을 조성하려 했다. 구 시가지와 신제주 중간 지점에 위치해 접근성이 좋고 도심에 이렇다할 공원이 없다는 판단에서 였다.

그러나 우여곡절 끝에 중앙공원 구상은 백지화됐고, 이후 시민복지타운으로 방향이 180도 바뀌었다.

이 과정에서 일부 토지주들은 수용당한 자신의 땅이 제 목적대로 쓰이지 않았다며 소송을 제기해 결과적으로 제주시가 막대한 재정출혈을 감수해야 하는 곡절도 따랐다.

2006년말 준공된 시민복지타운 조성에는 1283억원의 예산이 투입됐다.

제주시 도시기본계획에는 시민복지타운으로 제주시청이 이전하는 계획도 담겨있다. 그러나 이 또한 세부 계획 없이 차일피일 미뤄지면서 사실상 백지화된게 아니냐는 의혹이 일자 토지주들이 손해배상청구소송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1000억원이 넘는 혈세를 쏟아부은 시민복지타운에 꽃씨를 뿌리겠다는 강 시장의 구상에 '근시안적 탁상행정'이란 시선이 따라붙는 것은 이 때문이다.

한 시민은 "꽃이 만발한 장관을 싫어할 사람이야 없겠지만, 막대한 혈세를 들여 조성한 공간에 고작 꽃밭을 꾸미겠다는 발상은 너무 천진난만하다"고 꼬집었다.  

봄꽃축제장을 찾은 시민 사이에선 "이곳은 최초 구상대로 공원을 조성했어야 했다"는 안타까운 말들이 많았다는 후문이다. <제주투데이>

<고상철 기자 / 저작권자ⓒ제주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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