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익순씨.
봄 햇살 가득한 산하에 펼쳐지는 유채꽃 무더기에 노란 물결이 넘실댄다. 청초한 자태를 뽐내던 자주색 목련꽃은 추한 몰골이 되어 땅위에 내뒹굴고, 연분홍빛 감도는 하얀 꽃잎이 화피를 감싸던 왕벚꽃은 화풍낙화로 사방에 흩날린다.

피고 지는 봄꽃의 향연은 이제 신록의 계절로 떠날 채비를 서두른다. 남녘의 화신에 맘 설레던 때가 언제였던가. 가는 봄이 아쉬운가, 상춘객의 시선은 꽃가지에 머문다.

만개했던 꽃가지 화피의 숨결에 그윽한 방향은 상큼한 연둣빛 신록으로 솟는다. 차디찬 겨울을 딛고 일어선 화사한 봄. 이제 그 봄날이 간다.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이라 했던가. 영겁의 세월에 잠시 머물다가는 우리인생사도 어쩌면 이와 별반 다르지 않으리라. 오묘한 대자연의 섭리에서 사계의 봄은 희망으로 가는 출발점이요 아쉬움의 잔재인 것을.

인간내면의 봄이 사계의 봄이었으면 얼마나 좋을까. 복잡다단한 세상사는 어느 시절에도 어두운 봄,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의 시대상황을 바꿔놓지 못했다.

나의 내면에 드리워진 어둠 짙은 그림자. 어느 때인들 안 그랬으랴만 계속되는 어둠의 단면은 종착점이 그 어디인가. 인격을 파멸시키는 부귀영화의 욕망은 어디까지인가. 세간에 나도는 검은돈 커넥션의 실체는 무엇인가.

명리(名利)에 초연한 사람이 그리 많으랴만, 그래도 주어진 여건에서 정직하고 성실하게 직분을 다하며 살아가는 민초들은 우리주위에 얼마든지 있다.

자신의 위신과 가치를 망각하고 검은 돈의 유혹을 뿌리치지 못하여 일순간 떨어지는 꽃잎처럼 추락하는 사람들. 도덕성과 청렴이라는 위선의 벽으로 진실을 가리려는 부조리의 의혹들. 신뢰를 배신한 그들은 공분을 자아내게 하며 우리에게 허탈감을 안겨준다.

어두운 봄날의 잔영이 어디 이것뿐이랴. 사사건건 대립하는 정치인의 이념갈등. 상대방을 조금도 배려치 않는 극단적인 이기주의자. 오로지 사익만을 추구하며 공익을 저해하는 사람들. 편협한 사고로 매너리즘에 빠진 보신주의자. 법과 제도를 교묘히 악용하는 탈 법자. 시류에 편승하여 사리사욕을 채우려는 무임승차 심리. 이는 모두 추방되어야 할 이 시대 공공의 적이 아니겠는가.

봄은 아름답게 무르익어가지만 심연의 늪에서 허적대는 민초들. 희망의 끈조차 잡을 기력도 없이 허망한 나날을 보내고 있는 사람들이 우리주위에 많다. 세상을 원망하며 자신을 탓해보지만 달라지는 것 없이 생활고에 시달리는 가난한 군상들. 희망의 새봄은 다시 온다는 사계의 섭리에 내일을 기약해 보자.

인간의 마음이 꽃처럼 아름다우면 얼마나 좋을까. 세상사에 진정한 봄날이 내 마음속에 자리 잡는 그날은 언제일까. 잡을 수만 있다면 따스한 봄 햇살을 한 움큼 움켜잡아 입에 물고 싶다.<문익순.제주시 이도1동> 

저작권자 © 제주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