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12일 구엄초등학교 운동장에서 벌어진 '후배에게 책한권 선물하기' 캠페인.
제주의 한 시골 초등학교 졸업생들이 가난했던 학창시절을 떠올리며 후배들에게 '마음의 양식'을 선물하는 운동에 발벗고 나서 눈길을 끌고있다.

제주시 애월읍 구엄초등학교(교장 강정홍) 학부모회(회장 김성렬)는 재학생들을 위해 책한권씩 기증하기로 하고, 동문단합체육대회가 열린 지난12일 교정에서 '책한권 선물하기' 캠페인을 시작했다.

학부모 회원 대부분이 이 학교 출신이므로, 실은 모교 후배들을 위한 운동인 셈이다.  

이 캠페인은 지난해 2월 학교에 작은 도서관이 생기면서 비롯됐다. 교육당국이 적극적으로 예산을 지원해 빈 교실을 학생들의 독서공간으로 꾸몄다. 그러나 정작 책이 부족해 보였다. 개관 후 5000여권을 확보했으나 새 시설에 비해선 뭔가 허전함이 남았다.

 

▲ 이날 하루에만 400여권이 후배기증용으로 팔리는 등 참여열기가 뜨거웠다.
이 소식을 접한 학부모회는 여러차례 회의끝에 학부모들이 부담이 가지 않는 범위에서 자발적인 기증운동을 펴기로 결정했다.

체육대회 전 미리 시중에서 100여권의 책을 구입, 운동장에 비치했고 홍보전단 등을 통해 사정을 호소했다.  

결과는 대 만족이었다. 체육대회에 참가한 학부모와 동문들은 앞다퉈 책 기증에 동참했고, 비치한 책도 금새 동이 났다.

이날 기증에 참여한 인원은 400여명. 권당 1만원씩 치면 400여권을 한자리에서 모은 것이다.

김성렬 학부모회장은 "독서책은 꿈도 못꿨고, 공책 하나를 사려해도 부모님의 눈치를 살펴야 했던 어려웠던 학창시절 탓인지 너도나도 책 기증에 흔쾌히 동의했다"며 "후배들의 마음을 살찌우려는 선배들의 애틋한 정성이 너무 감사하다"고 고마워했다.

강정홍 교장은 "모교 선배들의 마음 씀씀이가 정겨워서 보기 좋다"며 "학교에서도 올해 자체 예산 500만원을 들여 도서 추가 확보에 나설 계획"이라고 화답했다.

학부모회는 앞으로 더 많은 도서를 기증받아 자신들이 정한 목표를 채운 뒤 학교측에 한꺼번에 전달할 계획이다.   

이 학교 학생수는 223명. 선배들이 마련해준 새 책을 맘껏 펼쳐볼 수 있는 날이 눈앞에 다가왔다. 문의 ☎ 011-692-1234. <제주투데이>

<강정태 기자 / 저작권자ⓒ제주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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