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로 기울어가는 감귤산업의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시행하려 하고 있는 감귤유통명령제 제안서가 농림부에 접수된지 한달을 훌쩍 넘겼다.

농림부 심사위원회를 지난 6일 거치고 공정거래위원회에서 협의절차를 밟고 있는 과정이지만 이마저도 거북이 걸음이어서 언제 될지 기약하지 못하고 있다.
공정위 입장에서는 자유로운 시장경제 흐름을 제한하는 유통명령제에 대해 기관의 정체성상 부정적인 인식을 완전히 지우지 못하는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자칫 발동요건을 충족시키지 못할지도 모른다는 우려도 있다.

▲농가 속태우는 늑장 행정

감귤 농가들은 감귤유통명령제 시행과 관련된 절차나 과정들이 시급히 처리되지 않아 속태우는 것과는 달리 농림부나 공정위는 너무 느긋하다는 느낌이다.

제안서를 제출한지 한달이 돼서야 농림부 심사위원회가 열렸고 공정위내 처리과정도 언제 처리될지 구체적인 일정도 아직 없다.

이러는 동안 일부 약삭빠른 상인들과 얌체 농가들은 이달초부터 미숙과를 강제착색시켜 대도시 시장에 유통시켜 왔다. 15일까지 출하된 물량만도 3300t을 넘는다.

행정절차상의 늑장처리가 제도도입의 취지를 반감시키고 있다. 감귤유통명령제의 주요 내용은 감귤의 이미지를 흐리는 강제착색 출하행위를 제한하고 비상품과를 1·9번과와 중결점과 등으로 확대하는 것이다.

하지만 감귤유통명령제 발동이 늦어지면서 강제착색 행위에 대한 내용은 이제 아무 의미가 없게 됐다. 이제는 강제착색을 하지 않아도 될 정도로 색도가 충분하기 때문이다.

▲농가·상인 면제부 안돼

행정의 늑장행정으로 유통명령제가 늦어지고 있기는 하지만 그것으로 일부 생산농가나 상인들에게 면제부가 돌아갈 수는 없다. 이번에도 여지없이 ‘남이야 어떻든 자신의 이익만 챙기겠다’는 고질적인 병폐가 사라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러한 행위는 감귤의 좋은 이미지를 형성해 제값받기를 기대했던 대부분의 농가에 찬물을 끼얹으면서 큰 실망감을 안겨주었다.

어쩌면 이들의 약삭빠른 행위는 유통명령제 발동요인에 부정적인 빌미를 제공할 수도 있다는 점도 간과할 수 없다.

감귤유통명령제는 농가나 상인, 출하되는 대도시 공판장까지 포함해 보다 좋은 가격을 받기위해 규칙을 정하고 시행하자는 것이다.

그런데 지금처럼 강제착색 출하행위가 있어도 평년을 뛰어넘는 좋은 가격이 형성된다면 굳이 감귤유통명령제를 발동시켜야 할 이유가 있느냐고 묻는다면 뭐라 답할 것인가.

그러잖아도 공정위는 이에 대해 마땅찮은 시선을 거두지 않고 있다. 지난해 제주감귤은 엄청난 홍역을 치렀다. 행정을 질타하고 정부의 지원을 호소하는 등 온통 시끄러웠다.

어렵고 힘들때면 도와달라하고 그렇지 않을때는 간섭하지 말라며 외면한다면 정작 필요할때는 누구에게 손을 내밀 것인가.

감귤유통명령제는 감귤산업을 살리는 만병통치약은 아니지만 환자 모두가 잘만 따라준다면 좋은 효과를 낼 수 있는 제도이다.

병을 치료하는 것은 의사이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이 병을 이겨내려는 환자의 의지인 것처럼 제아무리 명의를 모셔오고 명약을 쓴다고 해도 환자 자신이 호응해 주지 않는다면 아무 소용없다는 말이 새삼 생각나게 하는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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