짚신이나 나막신을 신던 시대의 사람들이 바퀴 달린 신발을 신고 씽씽 달리기도 하고, 장애물을 뛰어 넘기도 하는 시대가 오리라고는 생각지 못했을 것이다.

그러나 1980년대 초부터 퍼지기 시작한 인라인은 이제 전국 어디서나 만날 수 있으며, 젊은이들이 즐기는 운동이 되었다.

광복절이었던 지난 15일 전국 일간지에는 대전의 한밭 인라이너 동호인 등 33인이 대전 국립묘지 현충탑에 참배한 후 독립기념관까지 89.5km 구간을 질주했다는 기사가 사진과 함께 실린 것을 봤다.

같은 시간 제주시 탑동광장에서는 전국 최초로 제주투데이가 주최하고, 제주도 인라인스케이팅연합회가 주관한 '2004 X게임 페스티벌'이 14~15일 이틀간 베풀어졌다. 주니어에서부터 대학 동아리까지 도내 인라이너들이 대거 참가한 이번 축제에서는 젊은이들의 넘치는 패기를 실감할 수 있었다.

21세기를 흔히 '속도의 시대'라고 하지만 인라인이야말로 스피드의 대명사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바람을 가르며 씽씽 달리는 것을 보면 보는 사람들도 가슴속에 피가 끓는다. 아마도 이런 매력 때문에 모든 인라이너들은 여기 빠져있는 것일 터이다.

그 다음은 스릴이다. 요즘 영화들이 거의 그렇거니와 스릴 또한 이 시대가 추구하는 기본이다. 젊은이들은 스릴을 위해서는 어느 정도 다치거나 위험까지도 불사한다. 특히 축제의 마지막 프로였던 인라인 하키를 구경하면서 온몸을 던져 승리를 추구하는 선수들 모습은 참으로 젊은이들다웠다.

그리고 인라인에서 요구되는 것은 용기와 결단이다. 가파른 스타트 보드를 뛰어내려 장애물을 향하여 달릴 때 용기가 없으면 이뤄낼 수 없으며, 한판 승부의 결단이 없으면 성공할 수 없는 것이다. 더구나 한 경기에서는 장애물 위에 다시 1m가 넘은 장애를 설치하고, 가볍게 뛰어넘는 것을 보았다.

주니어 부 우승의 손긍민 학생(사대부중 2년)이 "나는 하늘을 날고 싶다"는 표현을 했는데, 이 말이야말로 모든 인라이너들 최고의 희망일 터이다. 또 하나 이틀 동안의 경기를 지켜보면서 느낀 것은 가장 나이 어린 대표였던 이정재(8세) 어린이의 말처럼 "나는 포기할 수 없다"는 것을 실천으로 보여준 미덕이었다.

지금 아테네에서는 올림픽이 열리고, 그 중 우리 나라 대표의 가장 유망 경기는 양궁이 다. 그런데 기억할 것은 이 종목이 올림픽 경기에 포함된 시점이 그리 오래지 않다는 점이다.

필자는 이틀 동안의 인라인 경기를 지켜보면서 이 종목이 올림픽 경기에 포함될 날도 그리 멀지는 않으리라는 희망을 가져봤다. 다행히 이 대회의 개회식에 참석했던 김영훈 제주시장이 인라인 경기장 시설을 약속했다니 이런 희망이 그리 멀지는 않으리라.

처음 경기라 집행부 측의 의욕 과잉으로 시간을 지키지 못하고, 시설에 다소 불만이 없지 않았으나, 시작할 때 위험을 걱정했던 데 반해 큰 사고 없이 대회를 마치게 된 것은 퍽 다행스런 일이었다. 마지막으로 하고싶은 것은 속도와 스릴도 좋지만 인라이너 자신들의 내면에 자라면서 지혜의 충실도 기하지 않으면 안되리라는 점, 노파심에서 한마디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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