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이틀째인 24일 오전 경남 김해시 진영읍 본산리 봉하마을에 분향소가 설치되고 있는 가운데 노 전 대통령의 초등학교친구인 이재우 진영농협조합장(오른쪽)이 작업지시를 하고 있다. <뉴시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서거 직전인 22일 오후 어릴 적 친구인 이재우 진영농협조합장에게 "나 때문에 우는 사람이 너무 많다"고 말해 노 전 대통령의 서거 직전 심상치 않은 분위기가 감지됐던 것으로 보인다.

이 조합장은 24일 빈소 뒤에 위치한 빌라 앞에서 기자들과 만나 노 전 대통령과 통닭을 먹으며 대화를 나눈 이야기를 소개하며 지난 17일 봉하마을에 찾아온 한 자원봉사자가 "대통령이 마음을 잘못 먹을까봐 걱정"이라며 울었던 이야기를 전해 듣자 이같이 말했다고 전했다.

그는 "그 때는 누구와 대화하기도 싫어하고 대화를 해도 피곤한 기색이 역력했다"며 "아주 수척했다"고 노 전 대통령의 상태를 설명했다.

노 전 대통령은 이 조합장이 "요즘엔 경호원들이 밖에서 (사저에) 들어가려고 하면 전부 다 적고 뭐 하러 가냐, 몇 시에 나오나 다 물어본다. 우리가 경호를 받는 게 아니라 감시를 받고 있다"고 말하자 "니도 자주 오지 말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조합장은 이에 대해 "그런 생각은 하지 말라. 난 대통령이 잘 살았다고 생각한다"며 "누가 죽었을 때 목 놓아 울어줄 사람이 혈육 말고 한 명만 더 있으면 인생은 잘 산 것이라고 하더라. 식사 잘 잡수시고 건강해라"라고 당부했다고 전했다.

이 자리에는 권양숙 여사와 아들 건호씨도 함께 있었다고 이 조합장은 전했다.

이 조합장은 "노 전 대통령은 (부인의 위로에)그냥 웃으면서 아무 말도 안 했다"고 말했다.

이 조합장은 "사람이 죽기 전에 내가 형제에 잘했나, 부모에게 효도했나, 이웃에게 잘했나 돌아본다고 하더니…"라고 말을 마치지 못했다.

그는 대통령의 투신을 사전에 알아차리지 못한 자신을 책망하듯 끝내 흐느꼈다.

그는 당시 노 전 대통령과 나눈 대화 내용에 대해서는 "무슨 말을 했는지 기억이 안 난다"며 "계단까지 따라 나온 대통령에게 '저녁엔 기자들이 많으니까 새벽이나 밤에 같이 등산이나 하자'고 말했다"고 밝혔다.

이 조합장은 어린 시절의 노무현 대통령에 대해 "용감했고 남의 집 밥은 먹지 않았다"며 "건강이 좋지 못했고 개구쟁이였다"고 회고했다.

그는 현재 빈소를 찾지 못하고 있는 권 여사에 대해서는 "전혀 (노 전 대통령의 투신에 대해서는) 인상을 받지 못했다"며 "(23일)병원에서 실신 후 링거를 맞고 오후에 사저로 돌아와 머무르고 있다. 오늘 아침 미음을 먹었다"고 전했다.

이 조합장은 진영대창초등학교 36회 출신으로, 같은 학교 35회 졸업인 노 전 대통령과 37회 졸업인 권양숙 여사와 어릴 적부터 각별한 인연을 맺어왔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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