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6년 4월3일 58주기 위령제에 참석, 참배하는 고 노무현 전 대통령. 국가원수로는 처음있는 일이었다. <제주투데이 DB>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 이후 고인과 제주의 각별했던 인연이 다시금 조명을 받고있다.

무엇보다 노 전 대통령은 한국현대사의 최대 비극인 '제주4.3'의 응어리를 정면으로 감싸안은 인물로 지역사회에서 기억되고 있다.

2003년 10월. 고인은 국가원수로는 처음으로 제주도민과 4.3유족에게 머리를 숙였다. 과거 공권력이 저지른 잘못을 국가를 대표해 사과한 것이다. 정부차원의 4.3사건진상보고서가 확정된 직후의 일이다.

당시만 해도 대통령의 행동은, 못마땅하게 여기는 쪽에서 보면 역사의 정통성을 부정하는 '무례한 도전'으로 비쳐졌지만 반세기 넘게 숨죽여온 4.3유족과 도민에게는 응어리진 한을 풀어내는 용기있는 결단이자 잘못된 권력의 허물을 벗는 일이었다.    

노 전 대통령은 이에 그치지 않고 2년여 뒤인 2006년 4월3일에는 58주기 위령제가 열린 4.3평화공원을 찾아 4.3영령들에게 직접 꽃을 바쳤다. 이 역시 국정의 최고 책임자로서는 처음이었다.

당시 그는 추도사를 통해 "무력충돌과 진압의 과정에서 국가권력이 불법하게 행사됐던 잘못에 대해 제주도민 여러분께 다시한번 사과드린다"고 말해 큰 박수를 받았다.

이런 인연 때문에 노 전 대통령의 서거를 가장 충격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는 이들은 4.3유족일 수 밖에 없다. 

제주4.3유족회(회장 홍성수)는 24일 긴급 임원회의를 열어 4.3의 진상규명과 희생자 명예회복에 앞장선 고인의 명복을 빌기 위해 25일부터 4.3방사탑이 있는 제주시 신산공원에 별도의 분향소를 마련하기로 했다.

김태환 지사도 이날 애도문을 통해 "화해와 상생의 제주4.3, 제주의 미래가 담겨있는 제주특별자치도 모두가 노무현 전 대통령께서 길을 열어주신 역사적 업적들"라고 회고하고 "누구보다 제주를 사랑하셨고 누구보다 제주도민의 아픔을 쓸어안으셨던 노무현 전 대통령님의 서거는 제주의 앞날에 이루 말할 수 없는 손실로서 우리 제주는 지금 충격적인 슬픔에 잠겨있다"고 비통해했다.

김 지사의 말대로 노 전 대통령은 2006년 7월1일 제주에 '제주특별자치도'라는 선물을 안긴 장본인이기도 하다.

이 점에 대해선 평가가 일부 엇갈리고는 있지만, 재임기간 내내 참여자치와 지방분권을 국정운영의 기조로 삼은 노 전 대통령은 제주를 고도의 자치권이 부여된 지방자치의 시범도로 만드는데 대단한 의욕을 보였다.

2005년 1월 27일, 제주를 세계평화의 섬으로 지정한 정부도 바로 노 전 대통령의 참여정부였다.  

제주도민들이 노 전 대통령의 서거를 안타깝게 바라보는 이유들이다.

노 전 대통령의 서거 이후 도내에선 여러 곳에 분향소가 차려지고 기관.단체장은 물론 일반 시민들의 조문행렬이 줄을 이으면서 고인과 제주의 애틋한 인연을 추억하고 있다. <제주투데이>

<강정태 기자 / 저작권자ⓒ제주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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