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여름은 유난히 무더웠다. 햇볕도 따가웠다. 그런 날씨에 거리를 걸어가는 사람에겐 가로수 그늘이 사막의 오아시스 같은 존재다.

그런데 제주시내 거리는 제주목(濟州牧) 시대부터 시제 실시 반세기가 가까워오는 지금까지도 가로수 그늘이 사막에서 오아시스 찾기보다 더 어렵다. 신제주 중심 가의 느티나무 가로수와 구 시가지 전농로 벚나무 가로수를 제외하면 제주시가의 가로수는 전혀 여름에 그늘을 드리우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사람들은 아무 거로나 머리를 가리고 거리를 걸어가니 그 모습이 참 안됐다.

제주시 관계자에 따르면 제주시의 가로수는 구 시가지 중앙로의 종려나무를 비롯하여 서사라의 후박나무와 잣밤나무, 일도지구의 워싱토니아, 그리고 광양로터리에서 신제주를 잇는 도로에 동백 등이 대표적인 가로수다. 그 동안 이런 가로수의 적합, 부적합에 관해서는 여러차례 논의가 있어왔다.

이런 거리를 뜨거운 햇살 아래 걸어가면서 돌아보니까 제주시의 관계자들은 시가지 계획을 하면서 차량을 위해서는 배려를 했으되 걷는 사람들을 위한 배려는 거의 하지 않았다는 생각이 든다. 거기다 따지고 보면 시내가 그렇듯 더웠던 원인 중의 하나도 아스팔트와 녹지 공간의 부족한 데서 기인한 것이었다.

가로수의 실패는 관광지라는 점을 지나치게 의식한 나머지 이국적인 정취를 지향해서 여름엔 잎이 무성하고, 겨울에는 잎이 지는 기본을 지키지 않았던 것이 큰 원인이다. 중앙로의 종려나무와, 일도지구의 워싱토니아 만을 봐도 그렇다. 이것들은 처음 오는 사람들에게 이국적인 정취를 안겨줄 지 모르나 매일 거리를 오고가는 시민들에겐 아무 혜택도 주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이 이국종 나무들은 제대로 자라지도 못해 겨우 목숨만 부지한 꼴로 안타깝게 서있다.

후박나무와 동백은 여름에 무성하고 겨울에도 그대로 있어 변화를 주지 못하고, 눈이 내리면 얼게 하는 속성이 있어 걷기에 방해가 된다. 겨울철에 핀 새빨간 동백꽃이 제주의 정취를 안겨주지만 그러나 먼지를 뒤집어쓴 이 나무들의 모습은 안쓰러울 때가 있다. 그리고 이 나무도 제대로 크지 못하는 걸 보면 시가지에 적응이 안 되고 있음이 분명하다.

가로수는 아무래도 여름에 잎이 무성하고, 겨울에는 잎이 지는 그런 나무를 택해야 한다는 교훈을 제주시의 가로수들은 힘주어 말하고 있다. 또한 가로수는 적어도 100년 대계를 내다보고 수종을 택하고, 심어야 한다는 점을 관계자들은 명심해야 할 것이다.

아무 뚜렷한 철학도 없이, 조경업자들의 농간대로 가로수를 심은 결과가 오늘 이렇듯 여름에 사람이 없는 황막한 시가지를 만들어 버린 결과가 아닌가.

제주시의 관계자는 올해 안에는 아무 계획이 없고, 내년에 가서 보식할 계획이라고 말했으나 제주시의 원대한 미래를 생각한다면 충분한 논의를 거친 다음 중요 가로의 가로수들을 교체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생기 있는 도시란 차량뿐 아니라 오고가는 시민들이 있어야 하고, 사람 사는 맛이 나는 도시여야 한다.

'문화도시'란 바로 기층민들이 살기 편하고, 행복을 느끼는 곳이어야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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