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에 사는 학부모들의 고민이 하나 더 늘어났다. 이르면 내년부터 초·중·고교를 포함한 외국인 학교가 제주에 설립될 수 있기 때문이다. 국제자유도시 추진과 맞물려 이미 도내 지자체들은 외국인 학교 유치에 적극 나서고 있다.

이를 뒷받침할 법적 장치도 마련되고 있다. 이달초 정부가 제주국제자유도시와 경제자유구역에 외국인 학교의 설립기준 완화와 내국인의 입학 허용 등을 내용으로 한 특별법 제정안을 발표한 것. 외국인 학교 설립이 가시화되면서 토종 공교육시장의 지각변동이 예고되고 있다.

이에 따라 교육시장 개방을 둘러 싸고 국내 교육환경의 경쟁력 강화를 말하는 찬성과 교육의 공공성 저하를 주장하는 반대, 그리고 점진적인 개방을 주장하는 조건부 찬성론간의 공방이 일고 있다.

▲찬성 “외화 유출 막고 교육수준 높인다"= 한국의 고질병으로 지목돼온 공교육이 세계 경쟁을 통해 질적 향상을 이룰 수 있다고 주장한다. 세계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교육부문 또한 개방이란 채찍질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와 더불어 유학 등으로 해외로 유출되는 교육비용을 상당부분 막아 국제수지 개선에도 일조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제주의 경우 2000년에 존스 랑 라살르사가 실시한 제주국제자유도시 개발타당성 조사 및 기본계획 용역보고서에서 교육을 1차산업, 관광과 더불어 국제자유도시의 3대 핵심과제 중의 하나로 제시한 점을 들고 있다. 이를 위해 국제 수준의 외국어 학교 설립과 국제 호텔경영·관광학교와의 연계가 우선적으로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반대 “공교육 붕괴…부자들만의 학교다"= 이미 사교육비 지출이 엄청난 빈부격차를 보이고 있는 국내 상황에서 외국인 학교의 등장은 교육 불평등만을 초래한다는 주장이다. 이와 함께 국내에 진출하는 외국대학의 질적 수준이 기대에 못 미칠 것이라 보고 있다. 이와 더불어 교육을 담당할 외국인 교원의 경우도 본교근무를 선호할 가능성이 크며 인건비가 비싼 우수 교원을 초빙할 리 만무하다고 예측한다. 이와 함께 영리를 목적으로 학교를 설립할 경우 비싼 등록금으로 서민들과는 거리가 먼 ‘부자들만의 학교’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또 높은 등록금을 통해 올린 수익은 본국으로 송금됨으로써 외화유출은 더 늘어나고 경상수지는 악화 될 것이란 주장이다.

특히 지방대는 외국대학과의 신입생 유치 경쟁에서 밀려 문을 닫는 경우가 속출할 것이라 우려하고 있다.

▲제주지역 외국인학교 추진 현황= 남제주군은 스위스에 있는 DCT(Domino Carlton Tivoli) 관광호텔학교, 프랑스 소재 ALPA 그룹 등과 DCT관광호텔학교 분교 설치를 위한 투자의향서를 지난 5월 체결한 바 있다. 남군은 이 투자가 성사될 경우 남원읍 한남리 일대 130여만㎡(40만평)에 골프장, 관광호텔, 콘도미니엄 등을 갖춘 대규모 관광단지가 들어서리라 기대하고 있다.

서귀포시도 특정지역에 대해 각종 규제를 대폭 완화해주는 ‘지역특화발전특구’ 구상의 일환으로 ‘국제화교육특구’를 건설한다는 복안이다. 시는 재정경제부가 추진중인 ‘지역특화발전특구’로 지정될 경우 외국인학교, 영어캠프, 영어마을 등을 조성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과연 제주 교육의 미래는?= 제주교육대학교 김민호 교수(교육학과)는 ‘제주국제자유도시와 지역인적자원개발 방안’이란 그의 논문에서 지역인적자원개발을 성공적으로 추진하기 위한 과제로 ‘시민사회 주도로 공교육 기능 강화', ‘역기능을 초래할 법령의 수정·보완’과 ‘지역개발의 견인차로서 지역 주민의 역량 강화', ‘사회적 자본 형성 차원에서 교육적 소외집단에 대한 지원 강화’ 등 7가지를 제시했다.

김 교수는 “이 같은 과제가 순조롭게 해결되어 간다면, 제주국제자유도시는 개발과 보전, 경제와 교육, 효율성과 공공성 등의 핵심 쟁점을 슬기롭게 헤쳐나갈 제주지역의 인적자원을 개발하는 데 성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 교수의 지적처럼 개방화 시대의 최전선에 선 제주도민들이 함께 풀어나가야 할 과제들이 산적한 것만은 분명하다.

국제자유도시를 이끌어갈 지역의 우수 인력이 필요하다는 시대의 요구와 소외되는 이 없는 양질의 교육이 돼야한다는 사회적 요구를 조화롭게 풀어나갈 지혜가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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