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이 순간에도 이 섬 어디선가 축제가 벌어지고 있을지 모른다. 그것도 하나의 축제가 아니라 두 세 개의 축제가 동시에 벌어지고 있을 수도 있다. 어쩌다가 제주가 이렇듯 축제천국이 되었는지 모를 일이다. 그런데 객관적으로 괜찮다는 축제, 정부 차원에서 지원해주겠다는 축제는 하나도 없으니 안타까운 일이다.

지난 2003년 한해 어느 문화예술단체에서 집계해놓은 각종 문화축제가 무려 41개나 되는 것을 보았다. 이것을 1년 열두 달에 나누어보면 한 달 평균 서너 개의 축제가 열리는 셈이다. 1월에 성산일출제 등 4개, 2월에 정월대보름 들불축제 등 2개, 3월에 칠머리당굿 '영등환영제' 등 2개, 4월에 제주봄대축제 등 3개, 5월에 강정천 올림은어축제 등 5개, 6월에 제주마라톤축제 등 3개, 7월에 한 여름밤의 해변축제 등 2개, 8월에 예래 논짓물 해변축제 등 무려 6개, 9월에 세계 한민족 축전 등 6개, 10월에 탐라문화제 등 3개, 11월에 제주감귤아가씨 선발대회 등 3개 축제 등이 이 좁은 섬 안에서 열리고 있는 것이다.

축제는 그 동안도 야금야금 늘어오다가 90년대 지방자치가 부활하면서 급작스럽게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이 시기에 특히 기록할 것은 강정천 올림은어축제와 보목 자리돔 큰잔치, 법환 한치큰잔치, 오래물 수산물 대축제와 모슬포 방어축제 같은 마을 단위 축제가 부쩍 증가하고 있는 점이다.

이러다가는 제주도 300개가 넘은 모든 마을이 저마다 특색을 찾아내어 축제를 벌이게 되지 않는다고 아무도 장담할 수 없는 판이 되었다.

어떤 사람은 물을 것이다. 잔치 많이 해서 나쁠 게 뭐냐? 도대체 네가 배 아픈 이유가 뭐냐? 그렇다. 잔치 벌리면 그래도 여기 저기서 좋은 차 타고 높은 사람들도 오고, 마을 사람끼리 술도 한잔하고, 흥청거리니 뭐가 나쁘냐고 생각할 지 모른다.

그런데 가정에서도 자녀를 하나 결혼시키려면 기둥뿌리가 휠 판인데, 이런 축제가 어느 것인들 자기들 주머니 털어서 하는 것 봤는가. 일을 시작하려면 먼저 단체의 임원들이 서너차례 시청이나 군청, 하다못해 자기들이 투표하여 뽑아놓은 지방의원들 멱살이라도 잡아 축제에 드는 비용을 타내야 일이 시작되는 것 아닌가. 그 역할 안해본 의원 있는가?

한번 축제에 평균 5천만 원만 소요된다고 해도 40개 축제면 수십 억 원이 1년에 먹고 마시는 것으로 날아가는 판이다. 까짓 돈 축제해서 벌기도 하고, 또 그만한 성과도 있는 것 아니냐고 나설 사람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 제주도 어디에 그런 문화의 향기가 풀풀 휘날리고 있는가.

안타까운 것은 그 많은 축제들이 다 동네잔치로 끝나고, 전국적으로 알아주는 제주 전통문화의 꽃을 피우지 못한 데 더 문제가 있다. 거의 모든 축제 때면 어디서야 오는지 장사꾼들이 먼저 몰려오고, 청중을 모아야 하니까 서울서 노래나 춤 패라도 돈을 주고 모셔와야 한다.

그런 사이에 전통문화에 대한 열정은 새거나 분산되고, 어느 축제나 그 사람이 그 사람. 며칠 잘 놀고먹고, 그러고는 취해서 헤어지는 것 아닌가. 도대체 누구를 위한 축제인가. 그중에는 젯밥에만 눈이 어두운 축제꾼들도 문제가 있다.

그 많은 축제는 통폐합해야 되고, 바르게 배운 지도자들에 의한 제주 전통문화의 정수를 뽑아내어 제대로 꽃피우는 작업을 이제 하지 않으면 안될 때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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