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정치권의 서희냐?. 정치권이 국가보안법 개폐문제와 과거사 진상문제로 연일 설전을 벌이는 가운데 고려 시대 거란족의 침공을 '세 치의 혀'로 물리친 서희 장군격에 제주출신 강창일 의원(열린우리당)과 원희룡 의원(한나라당)이 부상하고 있다.

국가보안법 개폐문제와 과거사 진상문제가 여야 각 정당의 정체성을 흔들어 놓을 중요한 문제로 인식하고 매일 벌어지는 '소규모 전투'에 각 정당은 이들을 현대판 서희로 내세우고 있다.

여당에서 과거사 태스크포스 팀 간사역을 맡고 있는 강창일 의원이 과거사 진상문제에 관해 TV토론에 가장 많이 출연, 세 치의 혀를 자랑하고 있다.

당차원에서 친일·과거사 진상규명을 위한 관련법안 처리에 속도를 내고 있는 가운데 강 의원은 "과거사 정리와 청산은 17대 국회에 맡겨진 역사적·민족적 과제"라며 "한나라당이 반대하면 민주주의 절차에 따라 처리하겠다"는 공세를 펴고 있다.

과거사 진상문제와 관련 열린우리당은 '장준하씨 의문사 사건'과 '인혁당 사건' 'KAL기 폭파사건' 등 일제 이후 규명·청산·재평가해야 할 당위성이 있다고 판단되는 사건 등을 포괄적으로 다루고 있다.

한나라당은 최근 노무현 대통령의 국가보안법 폐지 발안을 놓고 크게 반발하고 있다. 국가보안법 개폐문제에 대응할 '국가수호 비상대책위원회'를 확대편성하는 등 원희룡 의원 등으로 소위원회를 구성해 국가보안법 개정안 성안작업에 착수했다.

원 의원은 "국보법 폐지론자들은 조선노동당이 합법공간에서 선전·선동·교육하면 어떻게 하냐는 물음에 아무 말도 못 하더라"며 "폐지론자들의 이같은 무책임성을 부각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원 의원은 노 대통령의 이같은 발언에 대해 '편가르기의 명수' '파괴업종의 전문 CEO'라고 맹렬히 비난했다.

그러나 원 의원은 "체제방어에 치명적인 부분이 아닌 한 국보법을 전향적으로 개정해야 한다"며 "대표적인 독소조항인 찬양·고무죄나 불고지죄와 함께 이적단체 구성·가입 등에 관한 조항도 바뀌어야 한다”고 주장하며 당내 소장파로서의 입장 정리에 애쓰고 있다.

반면 원 의원은 과거사 진상문제에 관해 발 벗고 나서 청산을 주장하고 있는 등 당 지도부와 확연한 선을 긋고 있다.

원 의원은 "과거사 진상에 대한 학문적, 체계적 규명과는 별개로 정치적으로 털건 털어야 홀가분하게 정부여당과도 싸울 수 있다"며 5·18 등 당의 과거사 사과 문제 등과 관련해 "핵심은 사과와 참회이고 당에 수차례 건의했으며 앞으로도 할 것"이라고 밝혔다.

원 의원 등은 이처럼 과거사 청산 정면 돌파 입장을 고수하고 있지만 당내 비주류 의원들과 박근혜 대표가 전남 구례 연찬회에서 정면충돌을 하면서 '중간에 낀' 난처한 입장으로 인해 공세에 주춤하고 있다.

이와 관련 원희룡 의원은 "감정이 끼어들어 오해가 생긴 측면이 많은 만큼 앞으로 박 대표와 비주류간 대화를 적극 주선하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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