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태환 제주지사
김태환 제주지사의 어조가 달라졌다.

트레이드마크(?)인 질책이 사라지고, 격려와 당부가 그 자리를 대신했다.

정치인생에 있어 가장 큰 고비의 순간이 다가오고 있는데도 목소리는 오히려 차분해졌다.

평소 그를 잘 아는 지인들조차도 뭔가 이상하다는 반응을 보일 만큼 변화된 김 지사의 모습은 3일 정례직원조회에서 단적으로 확인됐다.    

김 지사는 먼저 주민소환 투표에 따른 초유의 업무정지 사태를 담담하게 받아들였다.

그는 "오는 6일부터 소환(주민투표 발의)에 들어가면 업무를 볼 수 없게 된다"며 "공직자들은 더욱 열심히 해달라"고 당부했다.

그는 이어 "소환정국에 휩싸여 '좌고우면'하지 말고 소신껏 업무에 전념하는 길이 소환정국을 풀어가는 길"이라면서 "특히 주위 사람들에게 오해를 살 언동을 하지 말라"고 말했다.

좀처럼 신변 문제를 꺼내지 않던 김 지사가 전 직원 앞에서 '업무정지' 문제를 정면으로 거론한 점도 그렇거니와, 직원들의 자극적 처신을 경계한 점은 의외로 받아들여졌다.

그러면서 이번 주민소환 투표가 해군기지에서 비롯된 점을 들어 "국가안보와 관련한 문제이기 때문에 정정 당당하게 업무에 임하라"고 주문했다. 한마디로 잘못한게 없기 때문에 꿇릴것도 없다는 얘기다.

이날 직원조회에서 김 지사는 은유적 표현도 자주 썼다.

그는 "배는 바람이 많이 불어야 움직이고, 파도가 많이 칠수록 노련한 뱃사공을 만든다"고 했다. 주민소환을 둘러싼 찬.반 양론을 '바람'과 '파도'에 빗대 이 둘을 헤쳐나갈 자신이 있음을 은근히 드러낸 셈이다.

뒤이어 나온 '성장통'이란 표현도 궤를 같이한다.

회의 시작에 앞서 김 지사는 현안 해결에 모범을 보였다며 각 실.국장의 이름을 일일이 거론하면서 격려의 박수를 유도했다.

김 지사는 불과 한달전만 해도 이와 매우 대조적 모습을 보였다.

6월30일 도청 대강당에 사무관급 이상 간부들이 모인 자리에서 고흥으로 간 우주센터의 제주유치 실패 책임론을 들먹이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그의 태도 변화는 지난달말부터 감지됐다.

김 지사는 주민소환운동의 발단이 된 해군기지를 앞장서 반대했던 강동균 강정마을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이 신청되자 제주지검에 탄원서를 내면서 반대편에 '화해의 제스처'를 취했다.

일부에선 극과 극을 달리는 김 지사의 이런 모습에 고도의 정치적 계산이 깔려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어차피 주민소환투표가 기정사실로 굳어진 마당에 굳이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기 보다는 현실로 받아들이면서 냉정히 차후를 도모하는게 낫지 않느냐는 것이다.

김 지사의 달라진 모습에 도청 직원들은 어리둥절해 하면서도 나쁘지 않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동시에 '평소 모습이 이랬으면 어땠을까' 라는 아쉬움도 드러냈다.

김 지사의 발언과 직원들의 표정에서 지도자의 덕목과 관련해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하는 하루였다. <제주투데이>

<양두석 기자 / 저작권자ⓒ제주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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