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표 참여를 독려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제주지사 주민소환투표를 발의한 제주도선거관리위원회가 투표 참여 홍보를 놓고 딜레마에 빠졌다. 투표 참여를 호소하는 것 자체가 투표 결과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선관위의 고민은 다수의 후보자중 한 명을 선택하는 일반 공직선거와 달리 특정 인사를 놓고 그를 소환하느냐 마느냐는 결정하는 주민소환투표의 독특한 성격에서 비롯됐다.  

주민소환투표는 투표율이 3분의 1을 넘겨야 개표할 수 있지만, 그 미만이면 개표 자체가 안돼 그날로 모든 절차는 끝나고 만다.

당연히 소환투표 대상자 입장에선 투표율이 낮으면 낮을수록 유리할 수 밖에 없다. 김태환 지사가 얼마전 "투표 불참도 도민들의 권리중의 하나"라며 은근히 투표 불참을 유도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선관위의 고민이 깊은 것은 문제가 그렇게 단순하지 않기 때문. 주민소환에 관한 법률 5조에는 '투표 참여, 투표 방법, 그밖의 주민소환투표에 관하여 필요한 계도.홍보를 실시해야 한다'고 나와있다. 투표 참여 홍보를 의무화한 것이다.

바로 이 대목에서 문제가 생긴다.

제주도선관위 한 관계자는 "법규를 따르자니 결과적으로 투표결과에 영향을 미치게 되고, 그렇다고 법규를 무시할 수도 없고 우리로서도 고민"이라며 속내를 내비쳤다.

그는 사견임을 전제로 "법규가 현실과 다소 동떨어진 점이 없지 않다"면서 "규정과 현실 사이에서 투표결과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적정선, 적정한 방법이 무엇인지 고민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현재 선관위가 투표 홍보를 위해 선택한 방법은 홈페이지와 방송(TV.라디오) 광고, 현수막, 읍.면.동을 통한 행정방송 등이 고작이다. 그것도 투표 일정 등을 안내하는 수준에 그치고 있다.

투표율을 높이기 위해 온갖 이벤트를 죄다 동원했던 공직선거때와는 너무나 대조적인 풍경이다.

현실과 따로 노는 관련 법규가 바뀌지 않는 한 선관위의 '어색한 행보'는 계속될 전망이다. <제주투데이>   

<고상철 기자 / 저작권자ⓒ제주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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