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는 신행정수도 특별법에 위헌 판정을 내렸다. 특히 정부가 다시 한번 행정수도 이전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헌법 자체를 개정해야 한다는 해석을 내려, 사실 상 현재로서는 행정수도 이전이 완전히 무산되었다. 개헌을 하기 위해서는 국회 재적 의원의 3분의 2의 동의를 얻어야 하는데 행정수도 이전 자체를 반대하는 한나라당이 3분의 1 이상의 의석을 확보하고 있기 때문이다.

노무현 정부는 지역의 균형발전과 수도권 팽창 억제라는 대의명분으로 행정수도 이전을 추진했다. 실제로 행정수도 이전 공약을 내놓았던 2002년 대선 당시 60% 가까운 유권자들이 이에 동의해주었다. 또한 한나라당 역시 총선 전에 신행정수도 특별법에 동의할 정도로 여론이 밀어주기도 했었다. 대선 때 공약으로 인정받았고, 한나라당으로부터도 동의를 얻어냈던 신행정수도 건설이 어떻게 좌초될 수 있는 것일까?

사실 엄밀히 말하면 대선 당시부터 행정수도 이전에는 심각한 결함을 지니고 있었다. 섬세한 검토 끝에 내놓은 공약이 아니라 정몽준 후보의 득세로 인한 충청권 표심잡기 일환의 급조된 이벤트였다는 것은 공공연한 사실이었다. 이러한 어설픈 공약이 인정받은 것은 그 만큼 지역균형발전이라는 국가적 과제를 절실히 인식하는 사람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노무현 정권은 이를 진정으로 추진할 의지를 갖고 있지 않았다. 동기 자체가 충청권의 득표공략적 발상이었다는 것 자체가 비판받을 일은 아니다. 그러나 탄핵 정국과 총선 승리 이후 여권이 힘을 가진 상황에서 행정수도 이전을 위해 전 국민의 동의를 얻을 수 있을 만큼의 설득의 노력은 거의 하지 않았다. 오히려 한나라당을 겨냥하여 행정수도 이전을 찬성하면 개혁 이를 반대하면 수구세력이라는 이분법으로 정국 구도를 대립으로 몰고 갔다.

그로 인해 불필요한 국민감정 대립이 고조되었다. 특히 노대통령은 "행정수도 이전을 반대하는 것은 대통령을 인정하지 않는다"라는 말로 온건층의 반발심을 키웠다. 행정수도 이전을 찬성하는 사람조차 대통령의 정략 때문에 이를 지지할 수 없는 상황을 초래해버린 것이다. 또한 지난 6월 이전기관을 발표할 당시 너무 한꺼번에 많은 기관 이전을 선언하여 반대파들에게 힘을 실어주는 우까지 범하고 말았다.

행정수도 이전은 수십년 간 누적된 수도권 기득권 세력과의 미묘한 갈등관계를 조율해야 실천할 수 있는 문제였다. 수도권 주민들이 일차적으로는 박탈감을 가질 수도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고물가 등에 시달리는 수도권 주민들에게 쾌적한 환경을 제공할 수 있다는 당근도 있었다. 막연한 불안감을 갖고 있는 수도권 주민들, 그리고 기득권 세력을 대변하고 있는 한나라당에 인내심을 갖고 끊임없이 설득하면 얼마든지 여론의 지지를 받을 수 있는 사안이었다. 노대통령은 사실 상 의도적으로 이를 하지 않았다. 탄핵 때와 마찬가지로 수도 이전이라는 쟁점으로 자신의 지지자를 모으고 반대파를 공격하려는데만 골몰했기 때문이다.

행정수도 이전은 통일을 전후하여 언젠간는 이루어져야 하는 일이다. 이를 단지 5년만 유지될 정권의 사익을 위해 무산시켜버린 것에 대한 책임은 응당 노대통령이 져야한다. 다른 사안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이지만 개혁적 실천과제는 정적을 치는 방식으로 이루어져서는 안 된다. 헌재의 8:1의 결정으로 그 후유증에 시달릴 노정권과 여당은 개혁과제를 자신들의 사적 이익으로 악용하는 도박을 중단하기 바란다. 탄핵의 대박은 두 번 오지 않고, 오히려 그런 도박만을 감행하다 지지층이 붕괴될 위기에 처했다는 점도 깨닫기 바란다.

[제휴뉴스=변희재 http://www.break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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