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달 17~18일 일본에서 열릴 예정인 한․일 정상회담의 장소문제가 양국간 외교현안이 됐다. 우리나라측은 “장소를 바꿔달라”고 주문하고 일본측은 “갑자기 왜냐”고 맞서고있다.

우리측의 바꿔달라는 것은 회담장소로 정해진 규수(九州) 가고시마(廘兒島)가 태평양 전쟁때 가미카제(神風)특공대기지가 있었고 19세기 정한론(征韓論․한반도 정벌론)주창자인 사이고 다카모리(西鄕隆盛)의 고향이기 때문이다.

외교 관례상 보기 드문 예가 논란이 되고 있다. 이와관련 정부는 청와대와 외교부 관계자를 현지에 보내 사전답사를 했다고한다.

결과 현지에는 ‘다시는 가미카제 같은 불행한 일이 있어서는 안된다’는 내용이 적힌 위령탑이 있다고 보고했다.

이같은 내용을 보고 받은 우리외교부는 “장소 변경을 검토할수 있다”고 공개적으로 문제를 제기했다고 한다.

이에대해 일본측은 펄쩍 뛴다. “외교적으로 한번 정한 것을 특별히 큰 변화도 없는데 회담장소를 바꾸는 것은 상식적으로 있을수 없다.”는 것이다.

가고시마는 규슈 최남단에 자리잡고있는 일본의 관문이다. 스페인 선교사가 맨처음 포교활동을 한 것으로 유명한데 외교부의 지적처럼 근대 일본의 여명기 메이지(明治)유신의 원동력이된 일본의 입장에서 보면 영웅(?)을 많이 배출한 지역이다. 대표적인 인물이 앞의 사이고 다카모리이다.

당국의 답사 결과보고서를 모두 읽지 못했지만 이곳은 정유재란때 조선의 도공들의 끌려가 정착한 뼈아픈 기록도 있다. 나이시로가와(苗代川)가 그곳으로 도공 심수관(沈壽官)의 대표적 후예이다.

그는 가고시마의 우리나라 명예총영사를 역임하기도 했다.

실제 가고시마 역앞에는 사이고 다카모리이의 흉상이 있고 소주공장이 많기로 유명하다. 이지역의 역사적 배경을 들고 나와 회담장소의 변경을 요구하는 우리외교부나 정부관계자의 세심함이 놀라울 정도이다. 일본측을 두둔하려는 것은 아니지만 그들은 그같은 과거사까지 고려하여 회담장소를 정하지는 않았을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김영삼대통령시절 당시 하시모토 유타로 총리와 제주에서 허벅술로 건배하면서 정상회담을 가진후 비슷한 관광지인 벳부(別府)를 일본에서 개최하는 한․일정상회담장소로 정한것과 같은 선상에서 이루어 졌다고 보면 어떨까.

가고시마는 제주와 비슷한 따뜻한 기후의 푸른바다를 갖고 있어 ‘동양의 나폴리’로 불리는 경관이 수려한 곳이다. 고구마가 많이 생산되는 것도 우리 제주도와 비슷하다.

그래서 우리가 최고의 관광지로 일본총리를 초대했듯 그들도 제주도에 뒤지지 않는 곳을 내세우지 않았는가 하는 것이다. 도쿄(東京)의 우에노(上野)공원에는 사이고 타카모리의 흉상이 아니라 동상이 있다.

노무현대통령이 일본총리를 만났을때 재임기간중 한일 과거사를 문제삼지 않겠다고 했으면 장소에는 논란을 접고 실익이 되는 현안을 챙기는 정상회담 준비에 몰두하는 것이 좋다.지나친 피해의식으로 사소한 것에 너무 메달리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다. 노무현 대통령이 취임후 처음 일본을 찾은날이 현충일이었지 않았는가. 장소결정은 지난달 베트남에서 열린 ASEM에서 였다. 지금 한.일 관계에서 중요한 것은 장소가 아니라 실익을 챙기는 외교수완이다. 뼈아픈 과거를 잊지 않으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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