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오후 제주도청 대강당에서는 제주지역에 영업망을 둔 대기업 임원 3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한 경제 살리기 대책회의가 열렸습니다.

결론은 제주의 생명산업인 감귤소비 확대를 위해 대기업들이 적극 나서줄 것과 제주산 중소기업 제품, 즉 'Made in Jeju'에 대해 애정을 갖고 많이 이용해 달라는 것이었습니다.

제주지역의 재계인맥은 층이 상대적으로 엷습니다. "대기업의 기침은 곧 감기"라는 아픔을 늘상 감수해야 할 정도로 산업구조가 매우 취약합니다. 글로벌시대에 '애향심’에 편승한 마케팅 전략도 한계가 있습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상생'입니다. 제주지역에 영업거점을 두고 있는 한 결국 지역에 확실히 뿌리내리는 길밖에 없습니다.

E마트를 생각해봤습니다. 인구 29만8000명의 제주시에 두 개의 매장을 갖고 있습니다. 1997년 5월 문을 연 E마트 제주점의 2001년 매출액이 940억원인 점을 감안하면 지난해 8월 문을 연 신제주점까지 포함해 연간 매출액은 2000억원을 웃돌 것으로 생각됩니다.

신세계백화점이 직영하는 E마트는 국내 최초의 대형 할인매장입니다. 막강한 자본력과 첨단 유통기법으로 중무장한 E마트는 ‘일년 내내 싼값에 판다'(Everyday Low Price)를 표방하면서 지역유통업계에 폭풍우를 몰고 왔습니다. 소비자들도 큰 혜택을 보고 있다는 것을 부인하지 않겠습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지역경제의 실핏줄 같은 역할을 해온 중소 영세상인들이 하나 둘 쓰러졌습니다. 가격파괴를 통해 소비자들에게 보다 싼 가격에 물품을 공급하는 것 이상으로 지역경제의 희생도 컸습니다.

더욱이 신세계백화점 광주점을 생각하면 열이 오릅니다. 제주시는 지역경제 살리기 차원에서 E마트 제주점과 신제주점에 대해 지역법인으로 전환해줄 것을 줄곧 요청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같은 그룹 내 기업임에도 어느 곳은 현지 법인화를 하고 어느 곳은 이런 저런 핑계를 대면서 애써 외면하기 때문입니다.

백화점과 할인점이라는 업태의 차이점 때문입니까? ㈜신세계는 지난 95년 4월 ㈜광주신세계백화점이라는 현지법인을 설립했습니다. 당시 유통업체들이 지방화와 다점포화에 중점 투자를 하면서 시너지 효과를 높이기 위해 통합 운영을 추진하던 것과 달리 추가 비용이 들어갈 수밖에 없는 별도 법인을 설립한 것이지요.

왜 그랬을까요? 광주신세계의 지역친화전략은 이내 맞아 떨어졌습니다. 다른 백화점과 차별화가 된 지역 우호적인 기업 이미지를 형성할 수 있었고, 덕분에 빠르게 지역에 뿌리를 내릴 수 있는 밑거름이 됐습니다.

특히 이 같은 지역친화 이미지는 개점 3년 만에 흑자를 달성하는 계기가 됐고, 더나아가 증권거래소 상장으로 기업가치를 극대화할 수 있는 힘의 원천이 됐습니다.

물론 이런저런 사정이 있겠지요. 또 현지 법인화 문제는 점장님 차원이 아니라 그룹 차원에서 결정해야 할 중대한 사안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의지입니다.

현지 법인화는 상생의 길입니다. 지역과 함께 성장·발전하겠다는 의지 표현임과 동시에 세수증대, 현지금융 조달, 고용창출, 지역산업 등을 통해 지역경제에 실질적으로 기여하는 구심점 역할을 하겠다는 것이지요.

게다가 현재 신세계백화점 광주점은 연간 70억원의 지방세를 납부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지방은 서울과 다릅니다. 서울이나 수도권 대형 할인점은 해당 지역 내에서 자금이 순환되고 지역내의 공급업체에게 혜택이 돌아가는 것과 달리, 지방은 자체 내에서 최대한의 순환구조가 이뤄져야 하기 때문에 현지에 적합한 별도의 지역밀착형 전략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지역경제 위기 극복차원에서 자금 역외유출이 상대적으로 적은 향토기업 육성책이 곧잘 제기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지자체와 대기업이 만나 1시간30분 가량 진행된 지역경제 살리기 대책회의를 보면서 문득 E마트 현지 법인화 사안이 생각나 몇자 적어봤습니다. "E마트가 잘되면 지역이 잘된다"는 공감대가 형성됐으면 합니다. 

광주 신세계도 했습니다. 제주 E마트도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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