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영진 씨.
사무실 옆에 심어진 벚나무가 만추(晩秋)의 비를 맞으며 앙상히 서 있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니 계절의 변화에는 그렇게 푸르렀던 나무도 어쩔 수 없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가을도 채 누리지 못한 것 같은데 어느새 시간은 새로운 계절을 준비하고 있다. 

고속도로를 달리는 버스처럼 무한질주하며 달려온 올 한해, 금년도 서귀포시 키워드(keyword)는 바로 올레걷기이었다.

서귀포 = 올레걷기라는 지역브랜드 이미지를 전국민에게 확실히 인식시켜 주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며 올레는 이제 고유명사가 되었다. 또한 올레지기, 올레꾼, 거꾸로 올레, 허니문 올레, 방학 올레 등 새로운 단어도 탄생되었다. 제주올레의 인기가 날이 갈수록 더해지면서 이제는 계절과 요일에 상관없이 많은 사람들이 올레걷기에 나서고 있다.

지금까지 뛰던 사람들도 속도를 늦추어 걷기열풍에 동참하고 있다. 걷기운동에 이렇게 동참하게되는 것은 질병예방과 동시에 다이어트 효과가 한몫을 하고 있기 때문이며, 걸으면서 창의적이 아이디어를 얻기 위해서도 걷는다고 하니 건강도 챙기고 일석이조의 효과때문인 것이 아닌지? 이러다가 얼마없어 올레라는 주제를 가진 올레문화가 탄생될것이다.

올레를 걷는 주 이유를 나름대로 분석해보면 빼어난 자연 그대로의 풍경을 구석구석 볼 수 있는 매력 외에도 걷는 길 자체가 매우 순수하고 정겹기 때문이다. 또, 도심의 거리처럼 북적거리지 않고 가족과 연인, 친구들과 여유롭게 마음을 나누며 이야기함은 물론 바쁜 일상에선 느껴보지 못한 소소한 행복을 누릴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남녀노소 누구나 무리 없이 걸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안전하면서도 감성적인 길은 여성들이 걷기에 안성맞춤이다.

그래서인가 올레를 걷는 사람의 70~80%이상이 여성이라고 한다. 

제주올레가 선풍적인 인기를 끌면서 전국적으로 걷기열풍을 일으키며 각 지자체에서도 그들만의 길을 만들어 홍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그야말로 길에서 길을 찾고 있는 것이다. 지리산 둘레길, 충남의 백제 미소길, 서울시내의 송파 올레길, 하동 토지길, 종교 순례길 등 지자체마다 앞 다투어 개발하고 있다. 또, 환경부, 산림청, 문화체육관광부 등 관련 행정부처의 시책에 반영시켜 걷기와 연계한 길을 만든다고 한다. 

전국 모든 곳에서 경쟁하듯 새로운 길을 만들고 있지만 제주올레는 그 자체로 브랜드를 확고히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제는 지역주민이 올레를 걷는 이들을 따뜻하게 맞아주고 불편함이 없도록 배려해주는 일만 남았다. 또, 서귀포를 찾는 이들에게 걸을 수 있는 최소한의 토지를 확보해 주고, 마을마다 풍성한 스토리텔링을 발굴하여 하루여정이 이틀이 되고 일주일이 열흘이 될 수 있는 차별화된 제주올레를 만드는 것이 서귀포시민의 역할이 아닌가 생각한다. <김영진.서귀포시 기획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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