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태근 씨.
희뿌연 구름사이로 언뜻 며칠 전 암으로 먼저 보낸 사촌동생 인영이 스쳐 지난다. 고인은 아버지를 일찍 여의어 어렵사리 살면서도 집안 궂은  일을 도맡아 해왔다.

부부금슬이 좋아서 먼저 간 제수의 탈상을 마치자마자 따라갔다는 얘기도 덩그러니 남겨진 어린 조카들 앞에서는 원망과 한숨만 자아내게 한다. 필자도 고인이 생전에 폭우 속에 막힌 하수도를 뚫으러 다니는 모습을 보며 일선 공무원들의 애환을 생생하게 느껴왔던 터라 사뭇 가슴이 아파옴을 느낀다. 

이러던 차에 지인이 보내준 한국유머전략연구소의 ‘고질병과 고칠병’이야기를 접하게 되었다. 암에 걸렸을 때 고질병이라고 믿는 사람에게 암 치료율은 38%에 그치지만, 점하나를 붙여서 고칠병이라고 믿는 사람은 치료율이 70%까지 올라갔다는 것이다.

그 통계 속에는 ‘부딪히는 상황을 긍정적으로 해석하는 능력이 삶을 더 행복하게 한다’는 값진 원리가 담겨져 있다고 한다. 가령 ‘힘들다’라는 말도 ‘힘이 들어 죽겠다’로 생각하는 것보다 ‘힘이 들어온다’로, ‘짜증난다’도  ‘짜증이 나간다’로 생각하는 긍정적인 해석이 마음속의 행복을 끄집어 낼 수 있다는 얘기에 전적으로 공감하게 된다. 결국 행복과 불행은 자기가 선택하는 것이며 그 기준도 자기 안에 있을 뿐만 아니라, 긍정적인 생각 없이는 한 순간도 행복해질 수 없다는 것이다. 

혹자가 당신은 행복하세요? 하고 묻는다면 우리는 부(富), 사랑, 지위 등을 떠올리며 자신만의 기대치를 설정하고 하나씩 타인과 사회적 비교를 해나간다. 누가 ‘남들과의 비교는 자신의 삶을 고단한 전시적인 인생으로 바꿔버린다’고 했던가. 늘 행복하고 근심걱정이 없어 보이는 사람도 남모르는 아픔이 있게 마련이며 내가 좌절해 있을 때도 누군가는 내가 가지고 있는 무언가를 부러워하는 사람도 있다는 것을 아는 것이 중요하다.

우리 도민들에게도 작금에 처해있는 갈등과 어려움을 슬기롭게 극복해내는 지혜가 절실한 시기라 하겠다. 긍정심리학분야의 학자인 류 보머스키는 ‘행복의 조건을 갖춘다고 해서 행복이 따라오는 것은 아니며, 진정한 행복은 손이 닿는 곳에 있고 행복도 연습이 필요하다’고 한다.

지난 쌍용자동차 사태나 태안 기름유출 사고시 근로자와 주민의 정신적 갈등과 스트레스를 완화하기 위한 「위기상황 스트레스 관리 프로그램」을 운영하여 호응을 얻은 바 있고, 최근 영국에서도 “사람들의 주머니에 돈을 넣어주는 일뿐만 아니라 사람들의 가슴에 기쁨을 넣어주는 일에 대해서도 생각해야 한다.”며 행복학 이론을 정책에 반영하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터다.

차제에 도가 삶에 부대낀 사람들이 흉금을 털어놓아 서로 보듬어 기댈 수 있고 교육, 상담, 컨설팅, 서비스 연계 등 종합적인 문제해결을 지원하는 ‘행복증진 프로그램’을 도입하여 도민이 긍정적인 사고를 통해 행복을 느낄 수 있도록 했으면 한다. 그래서 이 프로그램을 통해 도민으로서 정체성을 확인하는 계기는 물론 긍정적인 사고로 행복한 제주미래를 열어나갈 수 있도록 도와줄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정태근. 행정안전부 재난안전실 파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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