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슬로관광도시육성팀 김민하
아마도 2009년의 한해는 보(步)의 열풍이 아니었나 생각한다. 금년처럼 걷기에 대한 열광이 많았던 해도 없었다. 사실 사람이 두발로 꼬닥꼬닥 걷는 것이 본성임에도 왜 그렇게 열망하는지 한번쯤 생각해 볼 만도 하다.

 제주올레가 지난 2007년 9월 탄생한 이후 너도 나도 자치단체마다 길 만들기에 여념이 없었고, 그 결과 지리산 둘레길, 강화 올레길, 태안 해안길, 강진 육십리 해안길, 통영 미륵산 길, 구례의 산수유 마을길, 북한산성길 등 참 길도 많아졌다. 여기에다 각 지역별로 조성되는 명승지 길, 숲길하면 다 나열 할 수도 없다.

올해 제주올레는 대단했다. 올레를 찾은 사람 22만명, 경제 파급 효과 164억을 꼭 강조할 필요는 없지만, 길 가는 이 누구에게 물어 봐도 “올레길”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이제는 가장 가고 싶고, 걷고 싶은 길이 되어 있다. “올레”하면 서귀포시를 연상시킬 정도로 서귀포시의 친환경적 브랜드 가치도 높아졌다.

올레길 식당에는 올레꾼을 위한 향토음식 메뉴 간판을 바꿔 달았고,  눈치 빠른 여관들도 올레꾼 전용 숙소(게스트하우스)로 고쳤으며, 대중버스 기사들은 배낭 멘 젊은이들이 시끄럽게 북적거려서 같이 신이 났다.  서귀포시가 젊어지고 바빠졌다.
 지난 7월 네덜란드 나인메헨에서 열린 제93회 국제걷기대회에 참여한 적이 있다. 이 대회에는 세계60여개국의 4만5천여명이 참여한 세계적으로 가장 오래된 걷기 행사이다. 참여 인원도 해마다 늘어난다고 하니 걷기 열풍은 세계 어디를 가나 마찬가지인가 보다. 마라톤 시대를 지나 이제 걷기 시대가 온 것 같다. 스포츠로서의 워킹이 신체 건강에 좋다는 것이다.

더욱이 놀멍, 쉬멍, 걸으멍의 올레길은 신체 건강뿐만 아니라 정신을 밝게 하는 치유의 길이다. 그러니 올레를 걷고 그 길에 매료되어 주기적으로 다시 찾지 않으면 못 배기는 올레중독자가 생겨날 정도이다.

어느 코스가 제일 좋으냐는 올레꾼들의 질문에 어느 자식인들 아깝지 않겠느냐는 말로 대신하지만 어디를 가던 눈길 닿고 마음 닿는 곳에 아름다움이 있다. 

걸려있는 달력이 한 장 뿐이다. 어느 날 복잡하고, 혼자이고 싶을 때, 주저 없이 배낭을 메자. 동행이 없어도 되고 준비물이 없어도 된다.

올레 길의 이름모를 들꽃들이 대화해 주고, 파도소리, 새소리, 바람소리가 친구가 되 준다. 그리고 그 길에서 2009년에 무거운 것이 있다면 모두 내려놓자. 새로운 행복과 희망을 찾을 것이다.  <서귀포시 슬로관광도시육성팀 김민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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