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과 북이 드디어 만났다.

'우리 민족이 만납니다'를 대회 슬로건으로 내건 민족평화축전은 24일 오후 6시 제주월드컵경기장에서 합화된 '백두-한라 통일의 불꽃'으로 민족통일의 불씨를 다시 지펴냈다.

이날 개막을 지켜본 남북 참가단 300여명과 도민 등 3만여명은 이번 축전이 분열의 벽을 허물고 통일의 싹으로 솟아나기를 진정으로 기원했다.

▲  '통일의 새싹으로 자라거라'

이날 1시간 동안 진행된 식전행사장에는 통일 응원당 '아리랑'단원과 학생 2000여명이 흔든 대형 한반도기가 물결쳤다.

독도가 그려진 한반도기를 앞세운 남북 선수단은 환호하는 관람객들에게 '우리는 하나다'라고 외쳤다.

'반갑습니다'에 맞춰 입장한 북측 참가단과 남측의 통일응원단을 비롯한 3만여 관중은 각각의 한반도기를 흔들며 서로에게 화답했다.

▲ 민족평화축전 최종 성화주자 김무교(남측)선수와 정성옥(북측)선수가 백두산과 한라산 성화를 합화해 한반도 모양의 점화대에 성화를 옮기고 있다.<김영학 기자>
▲  '마음 속 38선을 무너뜨리자'

김원웅 남측 공동조직위원장은 개막연설을 통해 "마음속의 38선이 무너지고야 땅 위의 38선도 무너뜨릴 수 있다"며 "우리가 이 자리에 함께 있는 것은 마음의 벽을 무너뜨리겠다는 약속"이라고 말했다.

이어 "분단의 상처를 평화 의지로 승화시킨 자랑스런 제주도민들의 정성과 따뜻한 열기로 가꾼 꽃다발을 북측 대표단에게 드린다"며 민족화합과 남북관계의 진전을 바라는 7000만 동포의 염원이 감긴 마음의 꽃다발을 건넸다.

우근민 제주도지사는 "제주는 모든 해묵은 갈등을 벗어 하나가 되고, 새로운 시대를 맞아 동북아로, 태평양으로, 세계로 나아가 다시 더 큰 하나를 이루려는 평화의 섬"이라며 "민족평화축전이 우리 민족의 더 큰 하나됨을 위한 또 하나의 위대한 출발점이 되길 바란다"고 환영했다.

▲  '통일의 불꽃은 민족의 앞 길 비출 것'

김영대 북측 참가단장은 "평화의 섬 제주에서 북과 남이 한자리에 모여 민족평화축전을 열게된 것은 참으로 민족 공동의 경사이자 6.15 공동선언이 가져다 준 또 하나의 자랑찬 결실"이라고 화답했다.

그는 "오늘 합쳐진 통일의 불꽃은 평화의 섬 제주의 밤하늘을 밝혀줄 것이며 온 겨레의 가슴속에 화해와 통일로 향한 우리 민족의 앞길을 밝게 비쳐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6.15 공동선언이야말로 민족자주, 민족대단결, 평화 선언"이라고 강조한 그는  "전쟁이 없는 평화, 분열이 없는 통일은 누가 가져다주지 않는다"며 "남북 스스로 조국의 통일된 내일을 앞당기자"고 말했다.

▲  '백두의 불과 한라의 불 합화'

▲ 민족평화축전 최종 성화주자 김무교(남측)선수와 정성옥(북측)선수가 백두산 한라산 성화를 들고 개막식장을 한바퀴 뛰고 있다.<김영학 기자>
1999년 스페인 세비야 여자마라톤 금메달리스트로 북한 여자마라톤 영웅 정성옥은 백두산 성화를, 남측 여자탁구 간판스타 김무교는 한라산 성화를 들고 트랙을 돌며 3만 남북민에게 통일의 불꽃을 치켜 세웠다.

비록 2시간 동안이지만 반세기 동안 분단의 슬픔을 가슴속에 삭여온 한민족은 한라-백두의 불꽃으로 '작은 통일'의 기쁨을 누렸다.

성화대에 통일의 불꽃이 점화되는 순간 '아리랑'이 울려퍼졌다.

선수단이 퇴장하자 남측 삼성무용단과 벽사무용단의 '창랑에 돛 띄우고' 공연과 제주 서귀포여고생 300여명의 '제주 해녀춤' 민속 공연이 이어졌다.

▲  북:남 대결, 여자축구 北 4:0으로 압승

개막식에 이어 예정 보다 늦은 오후 7시 15분 부터는 남북 여자 월드컵대표팀간 축구경기가 열렸다.

남북 여자축구가 만난 건 방콕 아시아여자축구선수권대회 이후 만 4개월만이다.

이날 경기는 승패를 떠나 우정을 나눈 경기였지만 남과 북의 실력차이를 여실히 보여줬다.

월드컵축구대회에서 돌풍을 일으킨 바 있는 북한은 경기 초반 한국의 탄탄한 수비벽에 막혀 골문을 열지 못했으나 전반 19분께 리은심의 신호탄을 시작으로 포문을 열었다.

이어 북한은 25분께 리은숙의 정확한 패스를 받은 문철미가 골키퍼가의 키를 살짝 넘기는 재치있는 슈팅으로, 이어 32분께 다시 리은심이 추가골을 넣는 등 전반에만 3골을 몰아넣으며 신신장구했다.

후반 골은 9분께 리금숙이 골지역 왼쪽에서 넘어지면서 슛을 성공, 결국  4대0으로 압승했다.


한국팀은 전반 23분께 김주희가 회심의 일포를 날렸으나 골문을 비껴갔고, 39분께 박은선의 슛도 수비비수에 막히는 등 번번이 득점을 올리는 데 실패했다.

경기 뒤 기자회견을 가진 김광민 북측 대표팀 감독은 "이번 선수구성은 대부분 U대회 출전 선수들을 바탕으로 구성됐다"며 "단지 대회를 빛내기 위해 리금숙 선수를 추가 한 것 뿐이다"고 말했다.

이어 김 감독은 "오늘 경기는 승부에 상관없이 북남이 손을 맞잡고 통일로 가기 위한 한마음을 서로 확인하고 나누는 자리였다"고 소감을 밝혔다.

▲  극우 보수단체 소속 회원 경기장 '진입 실패'

▲ 24일 오후 4시 반께 경찰이 인터넷 독립신문 대표 신현식씨가 '인공기' 등의 물품을 소지했는지 확인하기 위해 차와 가방을 검색하고 있다. <제공=오마이뉴스>
대구 U대회에서 북한을 자극하는 기자회견을 열어 북측 기자들과 충돌을 빚었던 인터넷 독립신문 대표 신모씨와 민주참여네티즌연대 대표 이모씨가 24일 오후 4시25분 '민족평화축전' 개막식이 열리는 제주월드컵경기장 진입을 시도했다가 경찰의 제지를 당했다.

이들은 경기장 입구에 위치한 초원주유소 앞에서 경찰 30여명에 둘러싸인 채 불신 검문을 받으며 한동안 실랑이를 벌였다.

10여분 동안 검문을 받았던 이들은 결국 경기장 집입에 실패, 타고 온 승용차로 되돌아갔다.

경찰은 이들이 개막식장에서 '인공기 소각' 깜짝 이벤트를 벌일 수 있다는 첩보에 따라 '인공기' 소지 여부를 검색했으나 찾지 못했다.

이들은 서울에서 24일 오후 1시 50분 항공편으로 제주에 도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이들이 최소 2박 3일 일정으로 들어온 것 같다"며 "오는 폐막식때 까지 경계를 늦추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 김원웅 공동위원장과 김영대 북한 선수단 단장 뒤로 북한 유도 영웅 계순희 선수와 북한 육상 스타 정성옥 선수가 앉아 있다.<김영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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