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백재기 담당.
해마다 이맘 때면 고3 부모들은 가슴 조이며 산다. 자녀들의 인생을 좌우하게 될 대학입학 사정이 시작되기 때문이다. 며칠 전 대정여고에서 46년 만에 서울대 합격자가 나와 큰 경사를 맞았다는 정말 반갑고도 놀라운 뉴스를 접했다. 그 학생은 어려운 환경에서도 착실히 집안 일과 공부를 해나가고 결국엔 큰 꿈을 이루었다고 한다. 이런 소식은 우리에게 많은 의미를 남겨준다.
 
예전에는 자녀들의 진학을 위해 무조건 큰 도시로 보내는 게 상책이었다. 아이들은 도시로 유학(遊學)을 떠나고, 부모들은 학비, 생활비, 용돈을 대느라 어려운 살림에 등골이 휘었다. 자식교육을 지상 최대의 목표로 삼는 우리의 부모님들은 묵묵히 자녀들의 뒷받침을 하였다. 이렇게 살아온 우리들 세대에게  현 민영양의 서울대 진학 소식은 교육에 대한 새로운 전환점을 보여주는 것이 아닌가하는 생각이다. 이제는 많은 것들이 달라졌다.

2006년 2월 남주고등학교의 ‘진목재’를 필두로 서귀포 내 고등학교에서도 기숙사가 생겼고, 그해 3월에는 서귀포고등학교의 ‘청람재’가 개관을 하였다. 각 학교에 국비 및 지방비 11억 5000만원씩이 지원되어 ‘서귀포의 교육명문도시’ 프로젝트가 시작된 것이다.

이는 지역간 계층간 교육 격차를 해소하고, 질 높은 교육 기회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서귀포 시민들의 큰 관심을 모았다. 특히 원거리 통학생들의 교육 비용을 절감하고 우수 인력의 도시 유출 방지라는 뼈 아픈 사연이 담겨져 있기도 했다.

그 후 각 학교 동문들도 후배들의 면학분위기를 위해 발 벗고 나섰다. 모 고등학교 총동창회에서는 수준별 방과 후 수업지원 사업을 무료로 제공하고, 각 학교에서는 학력향상을 위한 선생님들의 끊임없는 지도가 이어지고, 지자체에서는 각종 프로그램을 통한 학생들의 면학에 주력해 왔다. 학부모들만 동동 발 구르며 애쓰던 때와는 달리 교육 인프라 확충을 위한 각계의 노력들이 모아진 것이다. 

그 결과들이 보이기 시작하는 걸까? 올해 현재까지 서귀포 지역의 대학 수시 합격자를 보면 결과가 상당하다. 서울대 및 상위권 대학 합격생 비율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고 한다.
또한 2007년도 고교입시에서 만점을 기록한 학생 2명도 서귀포 관내 고교에 진학을 하여,  천혜의 자연환경을 가진 서귀포에서 공기를 맡으며, 흙을 밟으며 미래를 설계하고 있다. 상급학교 진학을 위해 도시로 떠나간다는 말이 점점 무색해지고 있다.

사실 나 역시도 3년 전 아들 녀석의 진학문제로 한동안 고민을 했던 일이 있었다. 제주시명문고로 보낼까 란 생각 하던중. 서귀포의 여러 환경과 교육 인프라를 고려해 볼 때 무조건 타 지역으로 아이를 보낼 것이 아니고 서귀포에서도 충분히 실력을 키울 수 있다는 확신이 섰고 이제 녀석이 졸업을 앞두었지만 옳은 결정이었다고 생각한다.

그때는 서귀포시 인구 감소원인이 교육문제도 있다고 하여 서귀포시청에 적을두고 있는 나 입장에서 제주시로 이사갈  입장은 아니었다.

여기 학교에 보내고 종종 들리는 학교 교육이 좋은 시설과 학교 선생님들의 열성과 관심은 결코 제주시에 비해 뒤지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았다. 이런 열기는 온 동네에 다 퍼진 것 같다. 내가 사는 동홍동 삼아아파트에만도 서울대 2명, 성균관대 2명, 한양대, 숙대 등 수시 합격 했다는 행복한 비명들이 쏟아지고 있으며 아파트내 잔치 하자는 말도 나온다. 나도 기쁘다 이중 아들도 있다.

착하고 사랑스런 한 소녀의 이야기가 너무 비약된 것은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지만 학교를 빛내고 고장의 자랑거리로 생각하기엔 과함이 없다. 46년만의 잔치를 위한, 소리 없는 보살핌과 수많은 노력을 하였을 주위의 분들에게 축하를 보내고 싶다.  그리고 우리 아이들은  소중한 미래의 인적자원이라는 큰 명제 앞에서 그들의 성장과 발전을 위한 교육 분야의 지속적인 노력이 깃들여지길 바래본다.<제주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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